H E R S T O R Y/사진일기

저물어가는 가을볕을 잡아두다(07')

기린그린 2010. 5. 16. 13:38



감나무가 서 있는 뜰에
불타오르는 듯 피어있던 금송화들이
언제가부터 나를 열심히 불러댔는데
오늘에야 가던 길을 되돌아가서
카메라를 들고와 응답했다.




점점 두터워지는 낙엽 가운데서도
줄기차게 버티는 가을 꽃의 외침을 애써 외면했던 것은
내 안에서 스러지고 있는 무언가를
굳이 대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스러져버리고 말 운명을 기꺼이 맞이하듯이...
저물어가는 태양을 향해
온 힘을 다해... 존재를 다해...
기울이는 모습에 늘 마음이 찡~ 했는데...




하여, 오늘 그들 앞에 발길을 멈추고
그들의 모습을 렌즈 안에 기꺼이 받아들임은
힘들게 넘어가야 하는 고비를 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다짐일까?




가을 볕을 찾으러 어둡고 긴 안개 속을 헤매다가
마침내 실재계와 가상계,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채 꿈을 마감했던 오늘 아침...

무거운 내 머릿 속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오늘도 멋진 꿈 한 편 그려내지 않았냐고 위로하듯이...
그들은 오늘도 나에게 아는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