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그와 나

당신은 저를 보고 계십니다(04')

기린그린 2010. 5. 16. 15:03



그분은 이렇듯 나를 보고 계신다.

늘 보아오던 이콘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유난히 나를 바라보는 듯한 그 눈빛에 이끌려 이 이콘상을 구입했다. 
요즘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버릇 대신 
책상 위에 놓여진 그분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너무 오래된 그림이어서 칠이 많이 벗겨진 상태로 남게 되었지만
그 불완전함으로 인해 시간과 영원,
유한과 무한의 간격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오신 그분을
더 깊이 만나뵙게 된다.

그분은 살며시 열려진 내 집 문 앞에서 
'내가 들어가도 좋으냐?'고 물으시는 것 같다.
이제는 내 마음에 당신을 편안히 모실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었냐고 물으시며
나를 기다려주시는 것 같다.
그분은 그렇게 오래오래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나의 초대를 기다리며 서 계셨다.

3월 대피정 때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그분의 여정에 다시 합류했던 나는
지난 성목요일, 그분의 수난이 시작된 밤을 묵상하면서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분을 홀로 게쎄마니에 남겨 두었다.
이제부터의 길은 그분만이 걸으실 수 있는 몫이라면서
거기서 또 한 번 그분을 따라가기를 주저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방에 돌아와서,
그 영원한 침묵으로부터 말을 건네시는 그분의 눈빛은
이제 '나를 따라 나오지 않겠느냐?'고 묻고 계셨다. 
그곳이 빵을 나누어주신 다락방이든,
고독하게 버려져 당신의 아버지께 매달린 게쎄마니 동산이든,
나는 절대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려던 십자가의 길이든,
또한 그곳이 십자가 위이든, 무덤이든
'내가 가려는 곳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나를 초대하신다.

부활하신 주님,
당신을 보고 놀란 여인들에게 "평안하냐?"고 먼저 인사를 건네신 그분은
이제 나에게도 당신이 계실 갈릴래아로  오지 않겠나고 초대하신다.
매일 말씀을 통하여 알려주실 당신이 계신 곳에
"와서 보라"고....

그분은 나의 문 앞에서 매일 말씀을 건네시고
내가 눈을 맞추고 귀담아 듣기를 기다리며  서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