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그린 2010. 5. 16. 15:10



늘 잘 준비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뿐,
막상 성탄을 앞두고는 몸도 마음도 마냥 분주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도
예전에 꿈에서 보았던 "거룩한 아기"가 자꾸 마음에 떠오른다.


거룩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어머니는

나에게 그 아기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주기를 바랬다.

내 손이 얼마나 더러운지,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내가 얼마나 지저분한지

너무나 훤하게 보이는데도

나는 그 청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내가 그 아기의 축복을 받고 싶었다.

아기가 내 머리에 손을 얹어주는 것이 더 옳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기의 축복을 빌며 손을 얹었다.

그 아기의 거룩한 사랑스러움과 신성이 나에게도 전해지도록,

그 아기의 순수함에 나의 온 존재가 정화되기를 기도하며 손을 얹었다.
 


그 아기는 이번 성탄에 내 마음에 자꾸만 태어나면서
'나'란 존재의 원초적인 사랑스러움을 일깨워준다.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내가 무엇을 잘하건 못하건
하느님은 처음부터 가지셨던 나에 대한 사랑에 변함이 없으시고,
그 아기의 거룩함과 사랑스러움을
내 안에서도 끊임없이 찾아내고 발견하기를 바라신다.

그 아기와 함께 계신 어머니는 
너그러운 침묵으로 그 아기를 나에게 내어주셨다.
그 아기...
꿈에서도 직관적으로 아기 예수라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나에게 손을 얹어달라고 하셨다.

창조주이신 그분께서
피조물인 나에게 축복을 청하셨다.
나의 인도자이신 그분께서
내 손에 지탱하여 서 계셨다.
지저분한 몰골로 손을 내밀기 조차 부끄러워하는 나에게
단순한 웃음으로 내가 좋다고 ....
투명한 아가의 눈으로 말을 건네셨다.

오, 거룩한 사랑의 신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