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은 말이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말은 침묵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말에게 침묵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말은 아무런 깊이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침묵이 언어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침묵, 즉 말 없는 침묵의 세계란 다만 창조 이전의 것일 뿐이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창조일 뿐만 아니라 위협적인 창조이다.
말이 침묵에서 발생한다는 것, 그것에 의해서 비로소 침묵은 창조 이전에서 창조로, 무역사성에서 인간 역사로, 인간 가까이로 나오게 된다. 그리하여 침묵은 인간의 일부, 말의 합법적 일부가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진리는 오직 말을 통해서만 형태를 지니게 되는 까닭에 말은 침묵 이상의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말을 통해서 비로소 인간이 된다. "인간은 말하는 존재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 M. Heidegger -
침묵으로부터 말이 나온다는 것, 그것에 의해서 침묵은 비로소 완성된다. 침묵은 말을 통해서 비로소 그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얻게 된다. 말을 통해서 침묵은 야성적인 인간 이전의 것에서 길들여진 인간이 것이 된다.
-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
침묵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말을 창조하는 살아있는 침묵과 말을 단절시키는 죽음의 침묵이 있다. 전에는 이 침묵을 깨기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제는 '소리나는 침묵'보다 참된 말을 잉태하는 침묵에 기꺼이 머물고자 한다. 연꽃같은 말 한 마디가 피어나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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