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주는 것
준다고 하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물질적 영역이 아니라 각별히 인간적인 영역에 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는 자기 자신, 그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것, 다시 말하면 생명을 준다. 이 말은 반드시 남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 속에 살아있는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기쁨, 자신의 관심, 자신의 이해, 자신의 지식, 자신의 유머, 자신의 슬픔- 자기 자신 속에 살아 있는 것의 모든 표현과 현시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신의 생명을 줌으로써 그는 타인을 풍요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의 생동감을 고양함으로써 타인의 생동감을 고양시킨다. 그는 받기 위해서 주는 것이 아니다. 주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다. 그러나 그는 줌으로써 다른 사람의 생명에 무엇인가 야기시키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생명에 야기된 것은 그에게 되돌아온다. 참으로 줄 때, 그는 그에게로 되돌려지는 것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주는 사람으로 만들고 두 사람 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명한 책을 나는 이제서야 읽게 되었지만, 요즘 나에게 아주 좋은 선생이 되어주었다. 삶의 목표가 온통 사랑 밖에 없는 것처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도, 나 자신이 실제로는 너무나 서툴고, 눈을 뜨지 못한 장님인 것을 또 한번 느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좌표를 정확하게 짚어주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대범하게 제시하는 저자를 이제라도 만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인간에 대해, 사랑에 대해, 참 배울 것이 많다.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내어 주었을 때 자기라는 우상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감은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자기를 준다는 것 자체가 절묘한 기쁨이라는 것... 그 절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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