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소멸의 아름다움] - 불완전한 삶의 예찬

기린그린 2010. 5. 16. 19:30



완전함이 갖는 차가운 순수성에 도달할 수 있다 해도

거기에서 인간의 불완전성이 주는 뜨겁고

고통스러운 기쁨으로 우리를 되불러들이는

"영원히 쉬지 않는 마음이 남아 있을 것"이다.

신을 추구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번째 길은 악하고 추한 것을 모두 피하고 아름답고 완전한 것의 이미지에만

눈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플라톤의 방법이었다.

플라톤은 정신이 선한 것에 익숙해지도록 단련해야만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그것은 어둠의 길, 불완전과 고통의 길이다.

이것은 예수를 본받아 천국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옥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단테의 길이다.

단테의 길은 욥의 길이기도 하고,

수피즘 시인인 잘랄 알딘 루미가 표현한 길이기도 하다.


물을 가득 담고

어두운 우물에서 끌려 올라와

밝은 빛 속으로 들어올려지는

두레박이 되어라.

- Jalal al-Din Rumi(1207-1273) -


나는 아마 불가피한 숙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우물에서 빛을 향해 올라오는 두번째 길을 추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보다 더 큰 힘이

나를 우물 밖으로 들어올려줄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작년에도 이맘 때 읽었는데, 요즘 다시 읽고 있다.
요며칠 계속되는 우울한 기분과 어제 일 때문에 오늘 아침도 그냥... 맞이했는데,
미사 때, 신부님이 강론하면서 "선택"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걸 들으면서
밤에 읽은 이 책이 생각났다.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 삶을 선택한다는 것,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것의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 기쁨과 고통... 모두를 책임지는 거라고...
오늘은 이 말을 나의 위안으로 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