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of Christ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시사회 때는 몰카 하느라고 제대로 감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쉿!!! 비밀...
원래 사진 찍을 생각을 안했었는데,
장면 하나 하나가 정말 놓치기가 아까워서,
결국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로 영화를 본 것이다)
정말 멜 깁슨에게 고맙다고 편지라도 쓰고 싶다.
하느님이 일하시는 방법은 역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교회로서는 죽어도 못할 일을,
한 사람을 회개시켜서 당신의 말씀을 전하시니 말이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영화인들을 위해 기도하는데,
이번에 그에 대한 응답을 들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졌다.
어떤 신부님의 표현처럼 '제 5의 복음서'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서와 전승에 아주 충실했고,
객관적인 묘사가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R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긴 했지만
그만큼 죄악에 대한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예수님이 매맞고 고통당하는 장면이 너무 참혹해서
눈을 감아야 할 때도 있었지만,
고통을 빚어내는 죄와 고통을 비웃는 악이
훨씬 더 끔찍하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하였다.
그 지독한 객관성으로 인해
우리는 예수라는 인물이 왜 그렇게 죽어야했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지 않는가?
어떤 신학적인 해석도 덧붙이지 않고
그리스도교가 여태껏 믿고 전해온 바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주었기에
내가 믿고 있는 신앙이 어떤 것인지,
내가 따르겠다고 선택한 '예수의 길'이 실제로 어떤 길인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고통 없는 영광만을 쫓던 나에게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침을 가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이걸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울 것인지 듣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었는데,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라는 말씀을 가슴에 남겨주셨다.
'끝까지 버림받은' 예수님의 고독...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이신 하느님마저도 당신을 버렸다고 부르짖을만큼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한 고통의 끝까지 가신 그분.
무덤까지 가셨다는 사실을 묵상하면서도
그렇듯 철저하게 세상으로부터 내쳐졌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때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하게 느껴질만큼 외롭게 버려졌을 때라도
그분께서 이미 그 자리를 지나가셨음을 기억한다면,
그 죽음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죽음보다 더 강한 당신의 사랑을 알아들으라고,
그 때문에 오신 것이 아닌가?
우리가 치르지 못할 죄값을 당신께서 대신 하셨으니,
이제는 안심하고 생명을 누리라고
기나긴 고통의 길을 걸으신 것이 아닌가?
그분은 죽음으로써 죽음을 이기시고
순종으로써 우리에게 자유를 얻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