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할아버지들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나는 진정 무엇을 위해 싸우고
비전향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석방된 후부터 북으로 송환되기까지
10여년의 과정을 카메라의 담아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이 풀어가는 이야기 안에는 그가 보고 느낀 사실과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가감없이 그대로 녹아있다.
"카메라가 존재해야할 이유!"라고
한겨레신문 10자 영화평에 실린 글을 언뜻 보면서 마음에 품었다가
꼭 보라는 추천을 받고 극장을 찾았다.
이분들이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또 국가라는 권력기관과 상처받은 사회가 그들의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로인해 그분들의 삶은 또 어떻게 흘러갔는지....
그야말로 조근조근 설명하면서,
그분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정말 솔직하고 진지하게 풀어가는 감독의 이야기는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거짓된 이데올로기 속에 살았고
또 그것을 가벼이 여겼는가를 가장 먼저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라는 단어는 점점 꼬리를 감추고
"인간" 이라는 말만이 점점 더 크게 떠올랐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성적인 사고와 잘 무장된 사상의 힘으로 신념을 지켰다기 보다
자신이 진정 인간임을 확인하기 위해
폭력과 유혹 앞에서 자신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는
그분들의 말씀은 나에게 너무도 따가운 회초리가 되었다.
투쟁해야할 대상과 너무 당연스레 타협하고,
쉽게 그 세계로 전향해버리는 내 모습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
선을 다해 사시는 그분들 앞에서 정말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실체와 끝까지 투쟁하는 인간의 진면모 를 목격했다고나 할까?
이제 북으로 돌아간 그분들에게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닐거라고,
싸워야 할 대상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야말로 더 힘든 투쟁일거라는
감독의 말에 십분 공감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체와 끊임없이 싸워야 할 나의 삶을 다시 돌이켜본다.
어디로 전향하고 있는가...?
피할 수 없는 물음이 계속 따라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