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영화관

영원과 하루 1

기린그린 2010. 5. 22. 22:17




어제 오후에는 모든 일을 집어치우고
지하철을 타고 강을 건너서, 다시 버스를 갈아 타고 
작은 극장 안에 펼쳐진 그리스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경험한 "영원과 하루"라는 시간 체험이 너무도 진한 것이어서
오늘도 계속 이 영화의 언어를 곱씹었다. 
 


저명한 시인이며 문학가인 알렉산더는 
"내 입에서 바다 내음이 난다. 죽을 때가 된 것 같다"며 
가정부와 딸에게 작별인사를 나누고, 개하고도 헤어지고...
평생의 과제처럼 끌어안은 작업을 마저 하려고 한다. 
그것은 흩어진 詩語를 찾는 것...
과거, 솔로모스라는 시인이 미완성으로 남긴 시를 자기가 완성하기 위해
언어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시작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 그 아이는
알바니아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아이였고
그는 그 소년을 경찰과 인신매매단으로부터 구해준다. 
그리고 그 소년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국경으로 데려다준다. 
그러나.... (위의 사진이 그 국경의 광경이다.)
많은 소년들이 내란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국경을 넘어오지만,
지뢰를 밟거나 철조망에 걸려 있는채로 자유를 갈망할 뿐이다. 
알렉산더가 구해준 소년은 그렇게 죽음을 건너온 것이었다. 




다시 소년과 함께 돌아선 알렉산더, 
알렉산더는 과거의 시인 솔로모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국에서 잃어버린 조국을 위한 문학작품으로 유명해진 솔로모스는 
정작 자기 나라의 말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닫고
고국으로 돌아가 만나는 사람에게 한 단어씩, 돈을 주고 언어를 배운다. 
(이 아가씨가 뭐라고 했더라....?!!)

알렉산더는 테오 앙겔로포스 감독의 페르소나이고
시인 솔로모스는 알렉산더의 페르소나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현재의 알렉산더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과거를 넘나든다. 
과거는 현재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며 대단히 중요한 환경이다. 
이런 현실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알렉산더도 소년에게 말을 배운다. 
처음에는 "코플라"(작은 꽃) 이라는 단어를 배웠고,
지금은 "세니띠스" (망명객, 이방인)라는 말을 배웠다.




알렉산더는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먼저 죽은 부인 안나의 편지를 딸에게 맡겨놓는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울리는 안나의 고백은 
그를 해변으로 데려다 놓는다. 




아내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그는 그녀가 따라올 수 없는 자기만의 이상향으로 떠나버렸고,
그녀의 가슴 속에 그는 늘 "그리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 그녀에게 갈 것이다. 











그는 모두가 해변에 자리잡고 머물때
홀로 높이 솟은 산을 향해 달려간다. "잠깐만 보고 올게!" 하면서...



그녀는 늘 그렇듯이 이렇게 혼자 남겨지고




그는 자기만이 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향해 즐겁게 손을 흔든다.

그러나 일상의 구체성, 하루 하루 다가오는 사랑을 뒤로하고
잡을 수 없는 영원을 향해서만 손을 뻗어왔던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어머니 앞에서 눈물로 고백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 왜 삶은 우리 바램대로 안되죠?
왜 우리는 무력하니... 
우리가 바라는 것은 꿈으로만 간직한채 살아야 하는거죠?
외국에서 내 나라 말을 잊은채
이곳에 떠돌면서 평화를 찾아야 하나요?

전 여태....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