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Poetry)
이창동 감독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이 영화도 안보려고 버텼는데, 오늘 보게 됐다.
같이 간 이모 수녀님은 이 영화의 현실적인 면을 아주 좋아라 했지만,
나는 첫 장면부터 극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시큰둥 했다.
첫째, 이 영화는 참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
(폭력에 가담한 아이들에 대한 태도나 할머니의 행동 등)
둘째, <박하사탕> 이래로 이 분 영화는 정말 영화다운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관람의 괴로움...
세째, 아무리 애를 써도(?) 몰입이 안되는 캐릭터
(첫 장면에 나오는 소년부터 시작해서 미자할머니와 그 외의 사람들...)
사실주의 영화의 노선에 따라 관객과의 거리두기를 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납득하려고 하면 나중에 뒤통수 맞는 기분이고,
대사와 상황으로만 적당히 알아서 채워야하는 행간이 너무 불친절해 보이고... 그랬다.
무엇보다, 이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왜 죄다 그 모양인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게 현실적인 모습이라고 해도 그런 인물들에 대한 거부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이건 아마 영화에 투사된 나의 문제일 것이다.
"시의 아름다움은 비루한 현실과 고통이 담겨있을 때 완성된다"라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거 아닌가?
단어를 잊어버리기 시작한 치매초기의 할머니가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아이디어는 참 좋았는데,
왜 애꿎은 여학생을 성폭행으로 자살에 이르게 하고,
그 나쁜 애들에게는 돈으로 면죄부를 사주며,
왜 그 면죄부는 할머니가 몸을 팔아서 사줘야 하는가? (그것도 중풍 걸린 노인네를 협박해서)
왜 손자에게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일러주지도 않고, 말없이 목욕시켜서 경찰에 넘기는가?
이런 부조리가 나에게는 전혀 감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평론가들의 글은 하나 같이 과잉심오하고, 따로 놀아서 영화보다 더 못알아듣겠더라.
왜 이런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