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고백록

기린그린 2010. 7. 24. 10:40

성 아우구스티누스 저 / 최민순 역 / 바오로딸 


지난 몇 달간 다소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간절하게 그리운 것이 ‘책읽기’였습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글과 문장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넓혀나가는 맛이 그리웠던 거죠. 

그동안 허기진 배를 채우듯 여러 가지 책들을 접하면서도 

어떤 지점에 가서는 인간적인 사고의 한계에 다다르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으면서 그 한계로부터 해방되는 체험을 맛보게 됩니다.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가 과거의 죄를 고백하고 회심을 한 뒤, 훗날 주교가 된 그의 영혼 상태를 그린 작품입니다. 

주교라는 권위 때문에 자신의 참모습이 미화될까 염려한 성인은 하느님 앞에 벌거벗은 순수한 인간으로서,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마치 제가 하느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복잡한 마음과 생각이

 그 성인의 붓을 통해 대신 전달되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신이 오시기엔 너무나 좁은 내 영혼의 집이오니 넓혀주소서. 

무너져가오니 고쳐주소서. 

당신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있는 줄 아나이다. 숨기지 않나이다.”


제가 이 책을 다시 접한 것은 꼭 10년만입니다. 

처음 읽을 땐 최민순 신부님의 고어체가 무척 낯설게 다가왔고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성인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 강하게 이끌렸다면, 

지금은 그분의 보다 깊은 내면에서 벌어지는 하느님과의 만남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하느님의 영으로 숨을 쉬는 인간은 분명 신적인 존재이면서도 흙으로 빚어졌기에 

육체적, 심리적인 한계 안에서 자신과의 투쟁을 벌입니다. 

이 처절한 과정을 아우구스티누스 성인만큼 철저하게 겪어내고 풀어낸 이가 또 어디 있을까요? 

성인의 음성을 통해  “님 위해 우리를 내시었기 님 안에 쉬기까지 우리 마음이 찹찹하지 않삽나이다” 라는 고백이 

나의 것이 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합니다.


김경희 노엘라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 서울대교구 청년주보 6월 2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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