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T U D Y/Media Study

언론인권 - 타자, 표상, 권력

기린그린 2010. 7. 29. 12:30

언론인권 제6강:  ‘미디어 정책 _ 어디로 향해 가는가’


원용진 교수(서강대 신문방송학과)


Keyword: 타자. 표상. 권력


1. 타자


미디어 vs 인권 

쟁점: 1) 알 권리

      2) 미디어로부터 피해받지 않을 권리 - 명예훼손. 프라이버시. 초상권  등

        --> 두 가지 층위: 가시적 / 비가시적 (보이지 않는 상징적 폭력)

타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비가시적으로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가, 표상을 통해, 권력으로써...

이것은 아주 섬세한 형태의 미시권력이 타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인간이 절대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자기 눈으로 자기 얼굴을 보는 것이다. 

남의 얼굴을 보고 자기를 인식한다.(굴뚝청소부의 비유)

타자를 통해 나를 볼 수 밖에 없다. 타자는 그만큼 소중하다. 


시 '물길의 소리'(강은교)

-> 내가 스스로 내는 소리가 아니라 타자와 부딪쳐서 나는 소리다. 

타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다. 

타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내 삶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 시 '가구'(도종환)

'접시꽃 당신'의 타자와 '가구'의 타자는 도종환에게 다른 타자다. 

타자를 유일자로 대하는가?의 문제

타자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있을 때 소통이 가능하다. 

그 타자가 다른사람들과 같아 보일 때, 더이상 알고 싶지 않을 때 소통은 끝난다. 


시 '팔당대교 이야기'(박찬일)

-> 인정투쟁 - 모든 사람은 타자에게서 인정받고 싶어한다. 

타자로서 존중하지 않는 것은 그를 유일자로서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모든 유일자를 보편화시킨다. 

무엇으로? 돈으로... 


돈으로 모든 것을 보편화시키고 같은 성격으로 만들어버린다. 

쌀,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다 유일한 것인데

화폐로써 그 가치를 보편화시킨다. 화폐는 모든 다른 성질의 것을 보편화시킨다. 

이처럼 권력도 인간을 보편화시킨다. (노예. 군인.. 하나의 인격체로 불리지 않는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 

노예가 주인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섬기는지 알려면 노예를 풀어줘야 알 수 있다. 

그래야 진정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타자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 '어떤 관료'(김남주)

-> 타자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 결코 사유하지 않는다.(악의 평범함)

이 일이 타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관않는다. 

갈수록 타자를 수단으로 대하거나 보편자로 대한다. 


시 '소리의 뼈'(기형도)

오늘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뼈'가 있다. 그 뼈는 말의 규칙이다. 


==> 표상


2. 표상 Re-presentation(재현)


고대 플라톤은 idea만이 참된 실재이고 현실은 그것의 모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따라서 모작을 또 모방하는 예술가들이야말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말에 찬성하지 않았다. 

예술은 그 나름대로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특히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정화하고, 그 재현물이 우리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 표상 Re-presentation은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뼈'(규칙)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 뼈는 표상의 선택과 배열 과정을 결정한다. 



예: 9시 뉴스 앵커 화면 

- 왜 그 남자 기자와 여자 아나운서를 선택했는가?

- 왜 그 앵커들의 위치가 그러하며, 의상과 배경은 왜 그러한가?

- 카메라 앵글과 사이즈는 왜 그런 것을 선택하였나?... 등

==> 가부장제의 뼈, 남녀 역할의 고정관념의 뼈 등이 심어져 있다.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에서


- 여성의 몸은 직립보행의 인간이 아니고 어렵게 뒤틀린 모습을 취한다. 

상당히 어려운 포즈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보여주는게 정형화되어있다. 

보여지는 존재, 전시되는 몸으로서의 여성...

어떻게든 다양하게 보여줘야하는 존재로 재현된다. 

남성의 눈은 보는 눈이지만, 여성의 눈은 뜨고 있으나 보지 않는 눈이다.(백치)


 

 

==> 몸과 미모를 중심으로 보편적인 성격을 매기고 숫자화시킨다. (몸 사이즈)

이 뼈를 거역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판타지는 갈수록 커진다. 

상업적으로 복근, 치골 등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여성들의 욕망을 생산하고 판다. 

현실의 한국남성들은 이 판타지를 결코 쫓아가지 못한다. 그 간극이 자꾸 커진다. 


접합: 이 표상을 다른 사건에 붙여서 하나로 보이게 한다. 

예: 천황 = 일본

국가(나라)와 국민...(국민이라는 말은 일본과 한국 밖에 없다. 국어- 한국어)

사람들을 나라에 속한 존재로 만든다. 

국기. 국민체조. 애국가... 등이 일종의 토템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표상이용법을 박정희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가져왔다.

(충무공 동상. 신사임당, 돈에 박아넣은 영웅의 얼굴. 새마을운동 -> 새마을호 기차)

스포츠만큼 중요한 국민만들기 이벤트도 없다. 

==> 이 뼈(국가주의)의 특징은 질문받지 않고 또 질문하지 않는데에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아무도 '왜 그래야하냐?'고 질문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학습된 것이기에 그대로 통한다. 


3. 권력


이정권의 미디어관련 정책은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다. 

- 미디어는 돈이 되기 때문에 키운다.(고용창출 등)

- 정권홍보를 위한 미디어정책 (이것이 훨씬 강조되고 중요하게 군림하고 있다)

==> 이것은 가시적인 힘이다. 

비가시적인 부분(상징, 표상을 통한 미세한 폭력과 인권침해)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크고 어려운 일이다. 


* 미디어를 바꾸는 운동(movement)

- 제도권 미디어에 개입하는 것(ex:KBS파업지지. 공적인 투쟁)

- 대안적 미디어를 만드는 것:대안미디어 운동(동네라디오. 독립영화 등)

- 비미디어 운동: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자기몸으로 직접 (표현)해보는 것.

==> 3중 전략을 쓸 수 있다. 

민주적인 사회로 가는 길은 한 가지만 있는게 아니다. 

- 무언가 해보고 싶은 욕망을 억압하지 않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시체놀이, 코스프레, fandom ...등 그냥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기 욕망을 표출하는 이 에너지를 어떻게 쓸 수 있게 하는가?

==> 공공문화정책의 방향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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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의 소리 / 강은교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저항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부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

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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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대교 이야기 / 박찬일

 

  *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하면

 상수원이 오렴됩니다

 그러니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

 나는 차를 돌려 그 자리로 가

 난간을 들이받고

 강물로 추락하였습니다

 기름을 흘리고

 상수원을 만방 더럽혔습니다

 

 *

 밤이었습니다

 하늘에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별의 문자 말입니다

 승용차가 강물에 추락해서

 상수원이 오염되었습니다

 서행하시기 바랍니다

 

 *

 내가 죽은 것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하느님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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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뼈 /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