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느끼는대로

옛 친구에게 온 편지(04')

기린그린 2010. 5. 15. 11:35

'옛 친구'라는 제목을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다.
절교한 사이도 아닌데...
아무튼, 거의 10년 만에 연락이 된 친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초등학교 친구인데, 고등학교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헤어져서
그 때는 쭉~~ 편지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 다시 그 시절처럼 예쁜 편지지에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받았다. 
그 때의 감상을 빨리 느끼고 싶어서
밥을 먹으면서 읽어내려갔는데

"보고싶고 그리운 나의 친구에게" 라고 시작한 인사 뒤에는
꿈에서 가끔 나를 만나면서, 내가 자기를 위해 기도해 줄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이야기,
아이가 벌써 11살이 되었다는 이야기,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 초등학교 동창회 이야기... 등이 짧게 스쳐지나갔고
"요즘은 나 자신을 위해 기도를 해.
한 인간으로 바로 설 수 있으라고,
사람되는 게 어디 쉬워야지..."
 하는 대목에서는
젓가락을 쥐고 한참을 머물렀다. 
우린 그렇게 인간답게, 멋있게 살아보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지금은 한 아줌마로, 한 여자로 이렇게 마주 대하고 있는 세월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 삶의 숙제는 똑같이 남았다는 것을 
친구의 말을 통해 보게 된다. 

"한 사람으로 잘 산다는게 힘이 드는 것 같애.
반성하고 뒤돌아 볼 수 있을 때, 
자신을 추스르고 나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데... 그치?
난 지금이 항상 소중하다고 느껴, 순간순간 말야.
너에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올해는 무슨 일인지....
진짜로 내 생애의 전반전이 정리되고 있나보다. 
집에 갔을 때의 체험도 그렇고, 
나의 과거들이 하나씩 이렇게 단정하고 아름답게 
그 모양을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