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밝혀줄 때까지
며칠동안 감기를 벗삼아 방에 콕! 해있었다.
더 놀고 싶었지만... 약을 너무 썼는지, 삼일만에 돌아다니게 되었다. 더 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틀째 뒹굴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꽤 값진 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봤자 평화롭게 졸던가 뒤척거리며 침대랑 씨름하는 것 외엔 할 수 없었지만..ㅡㅡ;;
아침에 커튼을 젖히면 창문이 이렇게 젖어있다.
바깥 풍경이 회색빛 파스텔톤으로 보이다가
해가 높이 떠오를수록 바깥 그림은 더욱 선명해진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와서 커튼을 젖힐 때의 이 풍경과
서로 부딪치며 아침을 여는 자개모빌 소리를 좋아한다.
.
손으로 그리지 않은 손그림 같은 느낌,
실재 세상이 언제나 딥포커스로 찍은 영화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실을 일깨워준다.
방에 있으면서도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 이야기를 엮으면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실의 절박함을 직면하게 되었다.
마치 이 창문에 보이는 세상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내가 어쩔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내일이라는 그림은 볼 수 없는 것임을...
그동안 경헙했다는 것들도 쓸모없이 느껴지는 무력감과
오늘은 내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만 말할 수 있을 뿐임을 절감한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이 며칠 동안의 일만은 아니다.
지금도 기다리는 빛이 있고, 은총과 섭리를 바라며 내일을 바라본다.
절망을 이길 빛, 고통을 어루만져줄 섭리를 기다린다.
그 모습이 환하게 밝혀질 때마다,
쨍그렁거리는 자개모빌처럼 기쁘게 환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