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힘들게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덕분에 숙제가 하나 또 밀려버렸다. 할 수 없지... 머리가 지끈거리는 와중에도 계속 생각되는 것이 있었는데, "온라인 세계"라는 것.
법정스님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즐기는 현대인들을 많이 걱정하시지만 내가 관찰하고 경험하고 있는 바를 보면 이것은 인간이 개척하고 있는 또다른 삶의 영역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컴퓨터가 없다면, 전기가 없다면 거기에 속해있던 영역이 그냥, 대책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내가 컴퓨터가 없는 시골 친정집에 가 있을 때는 내가 하던 일도 딴세상 이야기이고, 인터넷으로 알던 사람들도 한낱 환상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내 기억 속에 남아있고,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런 문명과 아무런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계에서는 그들의 존재기반 자체가 부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나를 참 당혹스럽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만나면, 비로소 내가 제대로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영원히 정전이 된다거나 전기가 안들어오는 곳이나, 인터넷이 없는 곳에 사는 상상을 한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역사의 일부는 온라인상에 버려지고 나는 또다른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갈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만 형성되는 관계는 또 어떤가? ..... (지금도 한참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지만 정리는 안된다.) .... 진짜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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