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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기린그린 2011. 12. 10. 18:14



소련 침공, 내전과 뒤이은 탈레반 정권의 폭압,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 등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현대사와 

그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 남겨진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 

전란의 소용돌이에 남겨진 두 여자, 마리암과 라일라. 한 남자의 아내들로 만나게 된 두 여자는, 

어쩌면 불가능할 듯도 싶은 연대를 만들어간다. 

가난과 차별, 그리고 끊임없는 폭력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희생으로 희망을 가꿔가는 이야기가 눈물겹게 펼쳐진다.


** 이하 교보북로거 sh**18 님 서평 일부 ***

두 여인이 겪고 있는 전쟁과 핍박의 아프가니스탄은 1990년대 후반,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난 때이다. 

1978년 4월 PDPA*의 아프간 공산 혁명으로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과 소련 양국은 각자의 이념에 따라 아프간 내전에 개입했다. 

미소 간 대리전의 양상을 보이던 아프간 전쟁은 소련이 붕괴되고 

1992년 회교 아프가니스탄이 세워짐에 따라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아프간의 고질적인 종교간 갈등은 내전을 다시금 촉발시켰고, 

1996년에는 탈레반**이 회교 연방 아프가니스탄을 세우고 본격적인 통치에 나섰다. 

탈레반의 근본주의적 성격은 필연적으로 종파 간 격한 내전과 아프간 여성들의 피해를 불러오게 되었는데,

 긴 전쟁에 피폐해진 아프간 사람들에게 1990년대 후반의 탈레반의 통치는 결국 또 다른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하는 교보북로거br**inter7 님 서평 일부. **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두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시집을 갔다가 아이를 낳지 못해 남편에게 천대받는 마리암. 

교양 있고, 부족함 없는 집에서 태어났지만 전쟁으로 부모와 사랑하던 타리크마저 잃고 좌절하는, 

그러나 자신에게 남은 아이를 희망으로 살아가는 라일라. 

전혀 다른 출신의 두 여성이지만 여자라는 이름으로 같은 고통을 짊어져야 했던 이들의 생존기가 작품의 주 내용이다. 

그리고 이 큰 줄기 사이사이에는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있다.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고통과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여 

소설 전체에는 상처받은 여성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섬세한 여성적 분위기가 흐른다. 

본래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가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의 침공, 탈레반의 집권과 몰락이라는 거센 시대의 변화가 겹쳐져 작품 속 여성들은 더욱 억압받고 인간으로서 정당한 권리들을 빼앗긴다. 예를 들어, 그들은 눈 부분만 망사로 되어있고 전신을 가리는 의상, 부르카 착용을 강요받는다. 이는 여성의 신체는 오직 지아비나 가장에게만 보여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벌거벗은 여자의 사진이 있는 성인잡지를 보는 남자들은 모순적이다. 그리고,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라며 경찰들은 이를 외면한다. 여자 혼자선 가까운 곳이라도 외출을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아프가니스탄처럼 인권을 침해하는 정도로 여성차별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의 무의식속에는 늘 '여자라서'라는 이름의 한계가 있다. 그 무의식은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유교 문화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관용어처럼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얼마 전 공대생인 내게 그냥 졸업해서 좋은 데 시집가는 것이 제일 편할 것이라는 이모님의 말씀은,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말하는 그리고 그저 지나가듯 말하는 관용어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자가 많아 남성 중심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공대를, 나름의 길을 찾기 위해 택한 나에게 그 말은 작은 상처가 되었다. 출발은 같았지만 유리 천장(Glass Ceiling)처럼 남자들보다 낮은 한계선에 먼저 부딪히기 위해 뜀박질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소설 속 억압받는 여성들에게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당연히 작가도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의 남성이었다. 또 의사라는 그의 직업은 작품에 나타나는 "엄마의 가슴은 창백한 해변 같았다. 부풀었다가 부서지고, 다시 부풀었다가 부서지는 슬픔의 물결에 자신의 발자국이 영원히 씻겨 내리는 차가운 해변 같았다."와 같은 뛰어난 시적 표현과는 거리가 먼 이력이라 다시 한 번 놀랐다. (나도 작가가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프간 사람들의 모습을 소설에 담은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간 출신의 작가다. 성장기를 아프간에서 보낸 그는 공산 혁명이 일어나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버지가 아프간 정부의 외교관이었음에도, 그의 가족들은 망명 후 항상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빈곤한 삶을 살아갔다. 경제적 기반이 없던 그가 성인이 되어 선택한 그의 길은 의사였다. 그러나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게 되었음에도,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의 조국을 잊지 않았고, 아프간 사람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책을 내기 시작할 때 그저 의사가 쓰는 흔한 자전적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가 바쁜 진료 틈틈이 써낸 『연을 쫓는 아이』와 이 책은 조국의 현실과 조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인공들의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담아놓았다. 


읽는 동안 영화 <천상의 소녀 Osama>가 많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런 삶이 있을 수 있을까?

전쟁은 그렇다 쳐도 짐승처럼 취급되는 여자들의 삶에 정말 치를 떨 수 밖에 없었다. 

그 엄청난 고통을 (죽지 않고) 이겨내서 고국의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아주 모범적이고 안심할 수 있는 결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