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느끼는대로

버스에서...(04')

기린그린 2010. 5. 15. 23:31

 

 

3일째, 광화문에서 집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버스노선이 빨라져서인지, 밤인데도 사람이 무척 많다.
빡빡한 사람들 틈에 있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오늘은 내 옆에서 전화하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야, 뭐하냐?
....
자냐?
....
뭐?
....
나 언제 밥사줄건데?
....
뭐라구?
....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면 그런 말 못하지...
...
뭐?... 뭐?
....
아유, 참!
....
내가 밥사면...

뭐....어쩔건데...?
.....
그래, 관두자!

...(끝)

에이~~ 씨!"

아저씨 말을 들으면서...
'조금만 친절하게 말하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했다.
아저씨의 말투에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시비거는 사람처럼 퉁명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나 같아도 전화받기 싫겠다.)
그러고는 내내 한숨을 내쉰다.
"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언제 우리 같이 밥먹자."
이게 그의 마음 아니었을까?
그는 자기마음을 거꾸로 표현하는 사람 같았다.
우린 그렇게 자기 마음을 거꾸로 말하며 산다.
(이것도 일종의 장애인데...)

내가 속으로 그렇게 막 뭐라고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를 보고 친절하게 말을 건다.
그 바람에 그를 질책하던 내 마음은 금새 연민으로 바뀐다. 
대화란... 그렇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