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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아브라함 2 - 내가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기린그린 2012. 4. 22. 23:35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12,1)


p.50-51

1) 부르심의 첫번째 요소: '떠나라'

하란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부르심은 '떠나라'와 '가거라' 두 가지다. 

떠남의 순서는 덜 친밀한 것에서 매우 친밀한 것으로(고향, 친족, 아버지의 집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희생이 덜한 것에서 더한 순서로 떠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라삐 수스야는 하느님의 명령을 다음과 같이 재해석한다. 


너의 고향, 네가 스스로 얽어맨 것에서 떠나라.

그리고 네 친족, 네 어미가 너를 얽어맨 것에서 떠나라.

그런 다음 네 집, 네 아버지가 너를 얽어맨 것에서 떠나라.

그런 연후에라야 너는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갈 수 있다. 



p.84-85

부르심에 응답하는 깃, 자신을 찾아 나서는 길, 영적 탐험의 길은 결코 쉽고 안일한 길이 아니다. 

그러한 길에는 극복하기 힘든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한 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신실한 동지다. 

그 동지는 부부지간이나 배우자일 수 있고, 수도 공동체나 본당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형제자매일 수도 있다. 

구도 용어로 표현하면 도반道伴이다. 


도를 구하는 자들이여!

그대들은 아침 해가 뜨는 모양을 잘 알고 있으리라.

해가 나올 때면 먼저 동녘 하늘이 밝아지고,

그다음에 빛이 눈부시게 발산되고

그러면서 해가 솟는다. 

동녘 하늘이 밝아짐은 해가 뜰 전조요 선구이다.

구도자들이여!

해가 뜨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대들이 진리의 삶을 일으키는데도

그 전조가 있고 선구가 있나니

그것은 착한 벗과의 만남이니라.

구도자들이여!

그러기에 착한 벗을 가진 구도자라면

그는 마침내 진리의 삶을 배우고 익혀

그 공덕을 쌓게 되리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느니라.


p.95

태양이 떠오른 것을 내가 믿는 것은 내가 그것을 보기 때문이 아니라

그 태양에 의해 내가 만물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스도교를 믿는 것도 이와 같다.

- C.S 루이스


p.103

이렇게 아브라함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쉽게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을 놓치게 된다.

백 원짜리 동전으로 눈을 가리면 태양을 볼 수 없듯이, 

아무리 작은 두려움이라도 우리의 시선이 거기에 사로잡히면 태양이신 하느님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영성신학자들은 두려워하는 마음속에는 믿음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아브라함도 갑자기 들이닥친 절박한 생존 문제 앞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 하느님께 의지하는 믿음을 잃어버렸다. 

본시 믿음과 두려움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커질수록 두려움은 적어질 것이요, 반대로 믿음이 적을수록 두려움은 커질 것이다.  

그래서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강화되어야 한다. 


p.391

우리도 아브라함처럼 이 세상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삶을 살다가 하늘 본향으로 돌아갈 존재들이다. 

곧 영원한 하늘 본향을 찾는 순례자들이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약속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 14,2)란 말씀에 의지해 

이 세상 나그넷길을 하루하루 충실히 걸어가야 한다. 

계명의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에 응답하는 인간으로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야 한다. 

우리 삶의 다양한 자리에서 여러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만나겠지만 죽음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처소에 들어갈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분 품에서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될 존재들이다. 

이러한 희망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우리 순례 삶을 굳건한 믿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아브라함 자신의 생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그의 영적 후손인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세우신 이유는 바로 우리를 위한 그분의 사랑과 자비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들은 모두 믿음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히브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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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꼬박 아브라함과 같이 지냈다. 이틀동안 책만 보다니... 무척 드문일이다. 

창세기를 띄엄띄엄 읽다가 그 행간에 감춰진 이야기가 궁금했고, 성경을 읽는 것보다 지금은 이게 더 필요한 것 같았다. 

과연 얻은 것이 많았고, 내가 주님과 함께 가는 순례길에 힘을 많이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