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시작하며 조화롭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었는데 내 결심이 쫓아가기에는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상황에 적응하다보니(핑계?) 또다시 몸과 마음의 균형도 깨지고, 며칠동안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다가 이렇게 도망치듯이 서울을 떠나 청주에 왔다. 그것도 휴가의 반쪽이 남아있어서 가능했다.
이렇게 박차고 떠나기까지 여러번 날짜를 미뤘는데 결국 오늘도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내 방을 떠날 수 있었다. 여전히... "늦었다"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나는 언제나 늦게 산다는 것을 또 한번 실감하며...
매번 '이래서는 안되는데...'하면서도,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시점에 가면 똑같은 코스를 돌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다. 나는 아직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나보다.
조카들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면서 요즘 떠도는 노래들과 젊은이들의 춤을 보고 듣기만 했던 이름과 얼굴의 짝도 맞추었다. 마침 연말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어서, 대한민국의 주류문화를 한꺼번에 보는 이득(?)도 챙기고 영화 "아이 로봇"도 재밌게 봤는데..
답답한 건 여전하다. 아마도 내 마음에 주어진 숙제를 여기서 풀어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떠났어도, 해방감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