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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나잇 앤 굿 럭 (Good Night, and Good Luck. 2005)

기린그린 2015. 2. 10. 22:29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여객선침몰이라는 끔찍한 재난과 동시에 우리는 거짓과 오류의 수렁 속에 침몰을 거듭하는 언론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안전’이라는 구호보다도 더 절실했던 ‘공정과 진실’이라는 가치가 소수의 언론매체와 기자들에 의해 힘겹게 지탱되고 있는 것 또한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잠깐 보여주는 눈물보다 함께 진실을 찾아주는 싸움이야말로 진정 희생자들의 편에 서는 것임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언론과 TV 뉴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영화가 ‘굿 나잇 앤 굿 럭’(Good Night, and Good Luck, 2005)이다. 이 영화는 1940-50년대 공산권의 위협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미국에서 광적인 매카시즘에 맞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찾는데 공헌한 언론인 애드워드 머로의 실화를 그린 것이다. 당시 미국의 상원의원 조셉 매카시는 미정부 내에 2백 명 이상의 공산당원이 활동 중이라고 폭로함으로써 순식간에 온 나라를 레드 콤플렉스에 빠뜨렸다. 반공이데올로기라는 만능무기로 진보적인 인사들뿐만 아니라 정치와는 무관한 사람까지도 순식간에 빨갱이로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는 매카시 주장은 사실 억지투성이였으나 그에 맞서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CBS TV의 'See it now'라는 시사프로는 이 문제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소 미심쩍은 이유로 재판에 회부된 공군의 기사를 본 머로는 그 사건이 전형적인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고 있음을 폭로하면서 TV를 통해 매카시와 정면 대결을 한다. 철저하게 매카시가 말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의 모순과 허상이 스스로 만천하게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국가가 지켜야 할 것은 공산당 점령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국민 각각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용기임을 역설하며 매카시즘을 종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머로는 매카시를 밀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광고의 압박으로 인해  'See it now'는 폐지되고, 그는 하나의 전설로 남는다. 사실 방송사를 유지시키는 것은 기자들의 진정성 보다 광고수입이 우선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짚고 가는 것이다. 1950년대 TV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이 영화는 흑백 필름에 시종일관 담배연기가 자욱하지만 그 희뿌연 공기 속에서 매섭게 빛나는 것은 바로 앵커와 기자들의 눈이다. 그리고 머로의 유명한 클로징 멘트는 지금도 여전히 타당하다.

 

"TV는 지식을 전합니다. 깨달음도, 영감도 선사합니다.

허나 그것은 오직 최소한의 참고용으로 쓰일 때만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TV는 번쩍이는 바보상자에 불과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십시오(Good night, and good luck.)"

 

-  [야곱의 우물]  2014년 7월호 영화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