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동서양 성스러움의 비교'라는 이기상교수님의 첫 강의를 들었다. 니체... 그가 예고한
허무주의가 어떻게 현실화되었는지, 서양의 이성중심의 세계관이 오늘날 인류를 어떻게 파멸시켜가고 있는지... 그 현상들을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한때 니체를 쫒아 하느님을 내 세계 밖으로 밀어냈을 때가 생각났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 참으로 통쾌하게
들렸고, "대지에 충실하라"는 말은 내 가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의 대본대로 허무주의의 길을 걷게
되었고, 아무 것도 의미를 찾아줄 만한 존재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나로부터 의미를 길어낼 수 없다. 나는
하나의 한정적인 '존재자'일 뿐이다. 까뮈의 말처럼 부조리한 삶에 대한 이성적인 반성의 결과는 '자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그것은 내가 아는 한 사실이다. 의미를 받쳐주는 존재가 없기에, 나 스스로 의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선택하는 일
뿐임을 그 때 알았었다. 그 때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었던 자신의 비겁함을 나는 '절망'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나는 나에게서 의미를 찾으려하지 않는다. 본성상 끊임없이 나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 뭐가 없나?
찾으려 하지만 될수 있으면 그런 내가 의식될 때마다 나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한다. '나'는 나의 함정이고, 환상이기
때문이다. 나를 벗어날 때만 비로소 나를 볼 수 있다는 진실을 조금씩 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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