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부디 달라지지 마라
기린그린
2018. 12. 29. 18:45
부디 달라지지 마라
"달라지지 말게, 지금 그대로 있어. 자네가 달라지거나 말거나 그게 정작 중요한 건 아냐.
난 자넬 그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있어. 내가 자넬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
음악처럼 그 말은 귀에 울리고 있었다.
"달라지지 말게, 달라지지 말게, 달라지지 말게, 달라지지 말게... 난 자네 사랑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긴장이 풀렸다. 그리고 나는 활발해졌다.
그리고 나는, 이 얼마나 희한하고 신기한 일인가, 나는 달라졌다!
- 앤서니 드 멜로 [종교박람회]
우리는 배우자나 자녀, 친구와 동료에게 조건을 내걸며 그들을 바꾸려 든다.
수많은 버전이 있지만 원전은 이것이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더는 널 사랑하지 않겠다.' 조건을 내걸고 사랑을 흥정하면
아쉬운 쪽은 마지못해 달라지는 시늉을 하지만 진심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설사 상대가 변하지 않아도 변하지 않고 사랑하라.
"당신이 변했으면 좋겠어. 그건 옳지 않고 또 나를 너무 힘들게 하니까. 하지만 변하지 않아도 난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거야."
조건 없는 사랑은 상대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을 빚어낸다.
사랑이 사람을 바꾸는 신비는 그런 공간에서 일어난다.
끝끝내 변하지 않는 이가 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랑은 대신 나를 변화시킨다.
상대가 아닌 내가 바뀌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기도 응답이며 분에 넘치는 사랑의 열매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