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나에게, 미안했다고 말해주세요

기린그린 2022. 9. 7. 16:45

 

현재 내게 있는 성격은 내가 어릴 때부터 성장하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리켜서 '조건화 과정'(Conditioning process)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마음껏 놀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데 내 마음과 다리 어떤 조건에 맞투어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건화 과정에 나를 맞추면,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고 언제나 억압된 상태로 머무릅니다. 그래서 어떤 역할에는 기능적으로 발달하였지만, 정서적인 기능이 약해서 사회생활에 많은 불편함을 경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은 내담자가 원하는 진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거짓된 모습입니다. 이를 가리켜 '거짓 자기'(false self)라고 말합니다. 

내담자에게 엄마는 환경입니다. 이는 '외상적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상적 환경은 어쩌다 한 번 경험하는 환경이 아니라 날마다 '반복되는 환경'입니다. 

한 사람이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환경이 한 사람을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의 일상적인 분위기, 그리고 부모가 양육하는 일상적인 태도가 한 사람의 성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결정적인 원이이 됩니다. 

 

우리 마음에는 자라지 못한 내면아이도 있지만, 내면부모도 함께 있습니다. 두 가지 인격이 내 안에서 싸우기도 하고, 타인과 관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 안에 부모님의 모습이 있는지를 인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면아이를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나의 내면에 있는 부모님의 모습은 대인관계를 통해 드러납니다.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 후배, 지위가 낮은 사람들, 그리고 배우자와 관계할 때 드러나는 모습은 내면에 부모의 모습이 작동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면아이와 내면부모가 조화와 균형감 있는 노력을 하게 되면 그렇게 싫었던 부모의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틴 셀리그만 박사가 그의 동료들과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했던 결과입니다. 나의 힘으로는 상황을 이길 수 없고 바뀌지 않는 환경이라고 받아들이면 무기력이 학습되어 고통스러워도 그냥 가만히 있는 상태가 됩니다.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어차피 아프다고 슬프다고 말해봤자 그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기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인간도 똑같습니다. 외롭고 슬펐지만 울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그때 외롭고 슬펐는지도 모르고 지냅니다. 그러나 외롭고 슬픈 마음을 참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러니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감정에는 내가 원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내면아이가 현재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지 듣는 훈련은 나의 감정을 성장시키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나를 알아가고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입니다. 

 

어릴 때 엄마로부터 이런 비난의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자기자신에 관한 생각을 들은 말대로 하게 됩니다. "나는 아무 것도 도 못해", "내가 그러면 그렇지", "어차피 나는 실패할 거야" 등으로 자신이 자신에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내면화된 목소리'(Itrojected voices)라고 합니다. 

어릴 때 마음에 자리 잡은 내면화된 목소리는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어떤 도전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게 만듭니다. 부정적인 내면화된 목소리에 속으면 인생은 변할 수 없습니다. 

 

나됨은 정서적으로 '안아주는' 따뜻한 관계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나됨이 만족스럽게 경험된 아이는 현실 적응 능력이 좋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력이 좋습니다. 이런 좋은 습관이 쌓이면 미래 또한 긍정적으로 예측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상 경험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사람에게 찾아가 외로움을 달래려고 합니다. 

 

우리는 배운 대로 하지 않습니다. 

보는 대로 행동합니다.

들은 대로 말합니다.

 

선호성(preference)과 경직성(rigidity)

실수하고 싶지 않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이것은 '선호성'입니다. 그러나 선호성이 너무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마음이 작아집니다. 이것을 가리켜 '경직성'이라고 합니다.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들었던 생각, 그리고 나의 신체적인 반응을 민감하게 놓치지 않고 나 자신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회복하는 의사소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가리켜서 '일치적 의사소통'이라고 사티어는 말합니다. 일치적 의사소통은 자신과의 관계뿐만 아리라,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지혜롭게 활용되면 너무 이상적입니다. 

 

비일치적 의사소통 방식

 

a. 회유형: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자기를 피해자와 동일시합니다. 그리고 상황이나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 상대방을 거스르는 것 같은 말이나 행동을 스스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잘못의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를 쓸모없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 상대방의 요구에 거절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합니다. 이는 자존감이 낮고 자기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타인에게 인정과 동정심을 얻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입니다. 어떤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무마하고 그냥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려고 하고, 잘못을 자기 책임으로 돌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인의 필요에 민감하고 타인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심하면 경계선을 침범하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b. 비난형: 말 그대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회유형과는 반대 유형입니다. 

잘못하면 다른 사람을 지적할 수 있지만 자기가 잘못해도 다른 사람 탓을 합니다. 비난하는 사람은 내면이 폭력성으로 가득하기에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는 쉽지만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비난형은 '분노조절장애'의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비난형의 사람들은 회유형의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비난형이 볼 때 회유형의 사람들을 보면 순종적이고 착해 보여서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난형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속마음은 굉장히 약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c. 초이성형: 내면을 차단해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무시하려고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하기에, 겉으로는 마치 냉혈 인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억압된 감정 아래에는 엄청나게 숨겨진 감정들이 많습니다.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차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이 차단되어 있기에 어떤 상황에만 초점이 있고 주변 사람의 감정은 공감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원초적인 자료를 생각하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수정하는 것은 일종의 기도와 비슷합니다. 기도란 하나님과 교제하면서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에 대해서 모른다면 좋은 기도를 할 수 없습니다. 

 

거절의 양육태도를 경험한 사람들은 공감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고능력에 비해 사람을 공감해주고 함께해주는 능력이 너무 부족해서 따뜻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또한 거절감이 깊은 내면아이로 가득한 사람은 거절 받는 것이 두려워서 혼자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애착과도 연결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착은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그러나 애착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성장하게 되면 낯선 사람과 낯선 공간에서 있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