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장자
낭송 장자
2-8 박색이 사랑받는 이유
양자가 송나라에 갔다가 여관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 습니다. 여관 주인에게는 두 명의 첩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아름다웠고, 다른 한 명은 못생겼습니다. 그런데 못 생긴 쪽이 더 대접을 받고, 아름다운 쪽이 더 박대를 받 고 있었습니다. 양자가 궁금해 그 까닭을 물었더니 여관 주인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니 예뻐 보이지 않더군요. 못생긴 여자 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기니 미워 보이지 않더군요." 그 말을 들은 양자가 말했습니다.
"제자들아, 기억해라. 어질게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어질 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디에 간들 사랑 받지 않 겠느냐?"_ 산목
2-9 빈 배와 다투는 사람은 없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와서 부딪혔습니다. 아 무리 성마른 사람이라도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배에 한 사람이라도 타고 있다면 밀어라, 당겨라 고 함을 칩니다. 한 번 고함 쳐도 듣지 않고, 두 번 고함 쳐도 듣지 않으면 세번째엔 욕을 퍼붓습니다.
앞의 경우에는 화내지 않았지만 뒤의 경우에는 화내는 이유는, 앞의 경우엔 빈 배였지만 뒤의 경우엔 누군가 타 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빈 배처럼 자신을 비운 채 세상에서 노닌다면 누가 그를 해치겠습니까?. 산목
3-9 발을 잊은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
명장 수가 손을 놀리면 그림쇠나 곱자로 그린 것보다 뛰어났습니다. 그의 손이 사물과 일체가 되어 저절로 움 직이니 마음속으로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마음 은 언제나 한결같고 막히지 않습니다. 발을 잊는 것은 신 발이 꼭 맞기 때문이고, 허리를 잊는 것은 띠가 잘 맞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시비를 잊는 것은 마음이 잘 맞 기 때문입니다. 안으로 마음의 동요가 없고 밖으로 사물 을 좇지 않는 것은 만나는 일마다 딱 맞아 편안하기 때문 입니다. 잘 맞는 데에서 시작하여 잘 맞지 않은 일이 없 게 되면 잘 맞는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됩니다._ 달생
4-1 싸움닭의 덕
기나라의 성자라는 사람이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길렀습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물었습니다.
"이제 되었느냐?"
"아직 이릅니다. 지금도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며 자기 힘만 믿고 있습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묻자 성자가 대답합니다.
"아직도 이릅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보아 도 덤벼듭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문자 성자가 대답합니다.
"아직도 이릅니다. 여전히 상대를 노려보고 씩씩댑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묻자 성자가 대답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울어도 아무 동요가 없습니다.
7-6 밥 짓는 열자
호자가 말했습니다.
아까 나는 그(신통한 무당)에게 ‘도와 일체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나는 나를 텅 비우고 그에게 따르기만 했다. 그 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무언가 무너진 다고도, 무언가 넘실대며 흘러간다고도 생각했을 거야.
그 때문에 달아난 것이다."
그 뒤 열자는 자기가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을 깨 달았습니다. 열자는 집으로 돌아가 삼 년 동안 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를 위해 밥을 지을 뿐 아니라 돼 지에게도 사람 대하듯 밥을 먹였습니다. 세상일에 좋고 싫음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 갈고닦았던 것을 본래의 소박함으로 되돌리고, 흙덩이처럼 우두커니 서 서 세상만물과 섞였습니다. 한결같이 이렇게 살다가 생을 마쳤습니다._ 응제왕
7-7 응할 뿐 담지 마세요
이름에 매달리지 마세요. 일을 도모하지 마세요. 번거로 운 일을 맡지 마세요. 지식을 추구하지 마세요. 끝없이 변하는 만물과 한몸이 되어 무위자연의 세계에서 노니 세요.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극진히 하고 자기를 드러내 지 말고 오직 텅 비우세요. 지인의 마음 씀씀이는 거 울과 같아, 따라 나가 보내지도 않고 앞으로 나가 맞이 하지도 않습니다. 응할 뿐 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감당하되 자신은 다치지 않습니다._ 응제왕
7-12. 우물 안 개구리
"자네는 저 우물 안 개구리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소? 그 개구리가 동해에서 온 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오.
'아! 난 행복해. 밖에 나가면 우물 난간에서 팔짝팔짝 뛰 놀고, 안에 들어오면 깨진 벽돌 틈에서 쉬고, 물에 뛰어 들면 앞발을 모아 그 위에 턱을 올려놓고 쉬고, 흙탕물을 튕기면 뒷발의 발등까지밖에 흙이 묻지 않아. 주변에 있 는 장구벌레, 게, 올챙이를 모두 둘러봐도 나만 못하지.
웅덩이 물을 독차지해서 내 멋대로 놀 수 있는 우물 안 즐거움이 최고야! 자네도 가끔 들어와 보지 그래?'
동해의 자라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오. 그러나 왼 발이 다 들어가기도 전에 오른쪽 무릎이 우물에 꽉 끼어 버렸소. 자라는 어정어정 물러나 개구리에게 동해 바다 이야기를 해주었소.
바다는 천 리 거리로도 그 크기를 말할 수 없고, 천길 길 이로도 그 깊이를 말할 수 없네. 우임금 때는 십 년 동안 아홉 번이나 홍수가 났지만 그 물이 조금도 불어나지 않 았고, 탕임금 때는 팔 년 동안 일곱 번이나 가물었지만 그 물이 조금도 줄지 않았네. 시간이 지난다고 변하지도 않고, 비가 오든 오지 않는 달라지지도 않네. 이것이 동 해의 큰 즐거움이지!'
우물 안 개구리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아주 얼이 빠 져 버렸다오."
•- 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