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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의 날 - 실재와 환상의 경계에서 (07')

기린그린 2010. 5. 16. 11:30



                                                          '비, 증기, 속도' 터너, 1844


결국 소를 타고 돌아오는 것...
아무리 먼 여정을 떠난다 하더라도
언제나 지금 이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내 삶의 과제는
고스란히 놓여있다...


- 2001.10.8 일기장  -


이 세상에서의 서른아홉 해를 꽉 채운 오늘
무슨 의미를 붙여줄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에 시달리기만 했다.
이제 겨우 먹구름이 조금 개어서
괜시리 옛날 일기장 속의 한 구절을 꺼내놓고
세월이 흘렀음을 확인한다.

내일이 오기 전에,
쉼표 한 번 크게 찍어놓고 싶어서
다시 컴을 켰다.

'실재'에 대한 곤궁함과 열등감이 엄습해오던 요즈음이다.
꿈에서도 나는 세상을 곧바로 마주하지 못하고
그림 전시회를 통해 꽃을 보고
드라마 촬영장에서 사람들의 일상을 보며
바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몸을 던져 헤엄을 치고
카메라를 통해 남이 본 풍경을 엿본다.
결국 똑바로 보여지는 건 나의 눈동자...
하긴...
그마저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반사된 이미지일 뿐...

내 머리속을 채우는 것은 가상인가?
실재인가? 이미지일 뿐인가? 상상인가?
내 삶이 과연 실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어느 평론가가 '환상의 사실성'이라고 이름붙인 터너의 그림이
지금은 자연보다 더 보고싶다.

대지보다
공감의 공간이 더 그리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