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게 - 이해인 행복에게 이해인어디엘 가면 그대를 만날까요누구를 만나면 그대를 보여줄까요내내 궁리하다제가 찾기로 했습니다.하루하루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저무는 시간 속에 마음을 고요히 하고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찾듯두 눈을 크게 뜨고 그대를 찾기로 했습니다.내가 발견해야만 빛나는 옷 차려입고사뿐 날아올 나의 그대내가 길들여야만 낯설지 않은 보석이 될나의 그대를... M E D I A/詩 2025.01.19
길 -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M E D I A/詩 2023.12.01
여인숙 - 루미 인간이란 손님이 머무는 집 날마다 손님이 바뀐다네 기쁨이 다녀가면 우울과 비참함이, 때로는 짧은 깨달음이 찾아온다네. 모두 예기치 않은 손님들이니 그들이 편히 쉬다 가도록 환영하라! 때로 슬픔에 잠긴 자들이 몰려와 네 집의 물건들을 모두 끌어내 부순다고 해도 손님들을 극진하게 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위해 빈 자리를 마련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운 마음, 사악한 뜻이 찾아오면 문간까지 웃으며 달려가 집안으로 맞아들여라. 거기 누가 서 있든 감사하라. 그 모두는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손님들이니 - 루미 [여인숙] 전문 M E D I A/詩 2023.02.28
요가 수행자의 시 - 류시화 요가 수행자의 시 류시화 매일 아침 나는 삶에 대해 '네'라고 말하며 절한다 어둠 속에서 두려움으로 웅크렸던 몸을 펴고 미지의 하루를 향해 두 팔을 내민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번뇌로 심장을 무겁게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두 발을 모으고 산처럼 서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벗이 되어 줄 호흡에 마음을 얹는다 한 다리로 서서는 내가 대지에 뿌리 내린 한 그루 나무임을, 세상이 나를 흔들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흔드는 것은 나 자신임을 지각한다 모든 행위 속에서 다만 기쁨을 유지하는 것 그때 어떤 행위도 헛되지 않음을 금잔화처럼 해에게 드리는 경배는 내 목과 정신을 똑바르게 하고 그 빛 속에서는 행복도 고뇌도 눈부시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내 것일 수 없음을 나는 안다 눈물은 얼굴에 골이 패이.. M E D I A/詩 2022.08.16
달에 관한 명상 달에 관한 명상 류시화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 너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너보다 더 큰 너를 달을 보라 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 빛나는 달을 M E D I A/詩 2022.08.16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류시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네가 나를 아는 것만큼은 무구도 나를 알 수 없다 너는 두려움과 용기의 날개 가졌으며 상실과 회복의 공기 숨쉬며 날것인 기쁨과 슬품에 몸을 부딪친다 너의 노래는 금 간 부리가 아니라 외로운 영혼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희망의 음표 잃지 않는 내 마음속에 머무르는 새여 내일 네가 어느 영토로 날아갈지는 내가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신이 결정할 일 삶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하지 않으련다 삶이 남기고 가는 것도 삶은 전부를 주고 그 모든 것 가져갈 것이므로 오늘은 나의 몫 내일은 신의 몫 M E D I A/詩 2022.08.16
바람이 불면 겨울나무가 되라는 말 바람이 불면 겨울나무가 되라는 말 류시화 물은 마른 입술을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는 말 원하는 것 갖기 전에 먼저 감사하라는 말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 헤어진 것보다 헤어진 방식이 더 아프다는 말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다른 사람이란 없다고 답했다는 말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는 말 어떤 것들이 원을 그리며 떠나갈 때 원의 중심에 머물라는 말 고독을 이기려면 고독의 끝까지 가 봐야 한다는 말 세상은 나와 함께 시작되지 않았으며 나와 함께 끝나지도 않는다는 말 단지 나와 함께 살아 있다는 말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은 불행한 사람이 있고 치유된 상처가 있으면 더 많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는 말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자신 안에 하.. M E D I A/詩 2022.08.16
고독과의 화해 고독과의 화해 류시화 이따금 적막 속에서 문 두드리는 기척이 난다 밖에 아무도 오지 않은 걸 알면서도 우리는 문을 열러 나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고독이 문 두드리는 것인지도 자기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문 열 구실을 만든 것인지도 우리가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발견하기를 바라면서 M E D I A/詩 2022.08.16
그러하기를 그러하기를 류시화 당신이 기쁨을 얻는 일이 그 기쁨만큼의 가치가 있기를 당신이 섬이라면 파도들이 앞다퉈 당신을 향해 달려오기를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단순하기를 그만큼 분명하기를 태어나서 처음 운 울음만큼 당신의 운명이 절실한 것이기를 당신에게 작용하는 관성의 법칙이 허무가 아니라 행복에 대한 것이기를 당신이 엎드려 우는 곳이 동굴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 위이기를 당신에게 삶이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백지가 아니기를 그 백지 뒤집으면 지도가 나타나기를 당신 삶의 굴곡이 빛나는 굴곡이기를 자신의 감정들을 다양한 색깔의 날씨처럼 여기기를 자신의 것이 아닌 사랑의 종착역은 당신 자신이기를 그곳에서 다시 기차가 출발하기를 삶을 그리움으로 물들이는 것이 많기를 하루 한 번은 회전하는 세계의 중심이 되어 한 송이 .. M E D I A/詩 2022.08.16
비밀 비밀 류시화 내가 세상에 등을 돌렸다고 당신은 말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냉정하다고 당신은 느낀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열정을 찾은 것이다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당신은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현실에 눈뜬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당신은 오해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나를 받아들인 것이다 내가 노래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결론 내린다 그렇지 않다 나는 가슴의 음계를 따라가는 것이다 내가 사는 것의 즐거움을 잃었다고 당신은 단정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기쁨을 가슴에 품은 것이다 내가 기도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나무란다 그렇지 않다 나는 절대 순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내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당신은 판단한다 그렇지 않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더 깊이 .. M E D I A/詩 2022.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