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저기가 우도봉... 우도의 가장 높은 곳이다. 쇠머리오름이라고도
불린다.

기암절벽 아래 동안경굴이 유명하다. 저 절벽을 후해석벽이라고
한다.

우도봉 아래 검은 돌들이 있는 작은 해수욕장, 검말레 해수욕장


점점 사람들이 사라지는 시간...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우도봉을 안 가 볼 수 없다.
아이스콘을 하나 먹고, 자전거를 끌어서 세워놓고 올라와보니 내가 왔던 길이 보인다.

저 등대 있는 곳이 지두청사. 날이 좀더 밝았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갈 길 보다 지나온
길을 더 자주 돌아보고 시간개념 없이 다니다보니 햇빛 한 자락이 얼마나 그립던지...

나는 확실히 ... 지나온 길을 더 자주 살폈다. 그 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내가
그 자리에서 뭘 했는지...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과 돌아보는 시간이 거의 같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어둠이 먼저
밀려오고, 오늘 할 것을 내일로 미루게 된다. 내가 사는 방식이 그렇다는 것을 여행내내 절감해야 했다.

그래도 나를 웃게 해주는 유머...

우도봉의 등대, 최초의 등대도 잘 보관되어 있다. 여기에서 내려다본 우도의 풍경을
'지두청사'라고 한다.

이 절경을 '천진관산', 즉 동천진동에서 한라산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한라산의 노을이
우도봉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던데... 얼떨결에 그 광경이 내 앞에 펼쳐졌다. 구름이 많긴 했지만, 마지막 남은 빛은 한라산을
감싸고 있었다. 그 앞에 크고 작은 오름들이 사랑스럽게 겹쳐있고...
그냥 와~ 하고 넘어갈 풍경들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신비로운 우주 속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게 지금의 내 현실 맞나? 과연 내 기억에 얼마동안
살아있을까?
숙소에 가려면 저 빛이 사라지기 전에 내려가야 하는데, 그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결국 밤을 맞이했다.
가로등도 없고, 작은 섬이지만 길도 잘 모르는데... 정말 깜깜한 밤 속에 나 혼자였다. 근데 참 이상하다. 이
어둠이 왜 그리 포근하게 느껴지는지...
아침에 서울에서 떠나 비행기, 자동차, 배... 그리고 자전거까지 타고 여기저기
다닌 하루는 정말 나에게 무리한 것이긴 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운전하느라 사람과 자동차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몸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완전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다가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이제는 자전거를 타기보다는 끌고 가는
거리가 더 길어졌다. 그냥 내 앞에 놓인 길을 따라가다 보니 숙소 앞에 도착했다. 6시반쯤 됐는데도 한 열시나 된 것처럼 캄캄하고
고요하다. 자전거를 갖다 주기에는 너무 늦고, 내일 또 탈 자신도 없고... 그렇다. 에이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일단 몸부터 누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