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교실 풍경

우리가 얼굴을 볼 때까지

기린그린 2010. 5. 16. 19:48

 

 

2010. 5. 14 

 

 

 

벌써 두 학교의 종강을 앞두고 있다.

이제 한 명씩 얼굴을 익혀가기 시작했는데...

마지막까지 얼굴 한 번 제대로 못본 사람이 있겠다.

 

상암동 공원에 있는 조형물..

샴쌍둥이처럼 생긴 사람의 머리 두 개, 끌어안고 있지만 서로의 얼굴은 비껴있다.

시선은 서로 정반대 방향을 향해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심장은 하나로 합쳐진 것 같다.

그 주변을 빙빙 돌면서 나는 그 한 사람이 되어

얼마나 가까이, 꽉 끌어안으면 저렇게 될까.. 상상했다.  

그래도 얼굴을 볼 수 없다는게 끝까지 슬프게 느껴졌다.

 

얼굴 이야기...

학생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알게 된 것은 지난 달 뉴스분석시간이었다.

나는 할 일이 없어서 그들의 모습을 촬영했는데... 그제서야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 쯤에야 비로소 학생들도 내 얼굴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눴다.

그래서 그 날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인사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내 얼굴이 그들 앞에 있음을 의식하게 될 때 나도 고개를 숙였다.  

 

엊그제, 함께 견학을 다닐 때 그들의 얼굴에서 말이 조금씩 나왔다.

동굴 같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나는 귀하게 주워담았다.

어떤 영혼이 들어있을까 상상하면서...


그동안 했던 수업과는 또 달라서,

우리가 얼굴을 볼 때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관찰된다. 

아니... 내가 또 망상의 집을 짓고 있는건가?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