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자던 형은 죽고 아타나주아만 구사일생으로 도망친다
1.북극에서의 올로케.
2.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에스키모인들의 문화.
3.전장의 영웅이 아닌, 용서와 화해를 가져온 에스키모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
4.러닝 타임 - 2시간 50분
이런 중요한 이유들로 인해 만사를 제치고 영화 티켓을 끊었다.
상영극장이 한 군데만 남은 걸 보니,
이 영화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터였다.
일요일 조조 상영이었지만, 영화 분위기에 잘 맞게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았다.
이 영화는 악령의 힘을 빌려 마을을 지배하게 된 사우리 집안의 자손들과
그의 선량한 경쟁자인 툴리막 일가와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이 영화의 전체 아우라를 형성한다.
(사우리의 아들은 오키이고, 툴리막의 아들이 아막주아와 아타나주아이다.
마을에서 가장 인기가 좋고 사냥을 잘하는 아+아 형제들을 시기한 오키는
여동생의 일로 인해 아막주아와 아타나주아를 죽이려하다가 아타나주아는 놓친다.
이하 줄거리 생략...)
이 영화는 서구문명사회에 비친 '에스키모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에스키모 출신의 감독 자카리아스 쿠눅 이 첫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면 장면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일상생활은
어떤 의식을 행하는 듯, 손동작 하나하나까지 공들여 보여준다.
영화에서 보여준 그들의 삶은 너무나 단순하다.
먹기 위해 사냥을 하고, 사냥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술래잡기를 하거나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나눈다.
그들은 좀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거대한 설원의 침묵 속에 싸여있는 것 같다.
그들의 느릿느릿한 말과 노래도 그 침묵 속으로 이내 사라진다.
한 장의 가죽으로 만든 북소리 조차도 거대한 침묵의 기침소리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말하기 전에 먼저 바라보고 웃는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아주 느리다.
그들은 영혼을 두려워하고,
보이지 않는 힘에 순종하며 산다.
그것이 그들의 법이다.
그들은 죄를 모른다.
인간 안에서 감히 그런 나쁜 힘이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될,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은 악령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악을 악으로 맞서지 않고
사람은 용서하되,
죄의 씨앗인 악령은 멀리 쫒아버린다.
그들은 공동체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범죄자를 죽이는 대신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을 죽이고)
용서와 화해를 청한다.
그 한 가운데에 아타나주아가 있다.
그는 자기형을 죽이고 자기까지 죽이려한 오키일당에게 복수할 기회가 있었지만,
기꺼이 자기 손에서 악의 고리를 끊어버린다.
그 때문에 그는 위대한 선조로서 에스키모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전에 들어왔던 영웅담과 얼마나 차원이 다른 영웅의 이야기인가?
스크린을 통한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인간 삶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살기 위해 먹고, 먹기 위해 일하고... 그리고 사랑하는 것,
그게 전부이다.
그들 앞에서, 내가 걸치고 있는 것은 물론,
내 머리 속을 채우고 있는 온갖 것들이 얼마나 허접스럽게 여겨졌는지 모른다.
3시간을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광활한 설원의 한 부분에 속한 그들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이 자연 안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이유는 요란한 문명을 발달시켜서가 아니라
선의로써 세상을 더욱 숭고한 것으로 가치지울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의 법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하느님의 법을 보았다.
내가 지금 절실하게 따라야 할 법을 그들이 가르쳐 주었다.
사랑하고
용서하고
평화를 이루는
마음의 법......
아타나주아와 형 아막주아
이글루를 만드는 모습 - 고래뼈와 눈덩이로 2-3시간 정도면 완성된다
오키의 약혼녀였지만 아타나주아를 선택한 아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