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그와 나

종신서원 7년

기린그린 2010. 6. 30. 19:36

 

 

 

 

 

길 진리 생명이신 스승 그리스도를

보다 가까이에서 따르라고

성바오로딸수도회에 저를 불러주신

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으로

저 김경희 노엘라 수녀는

온전한 자유의지로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그리스도 안에서 성부께 성별되기 위하여

저 자신을 온전히 성부께 봉헌합니다.

저는 저의 자매들과의 친교 안에서 살고

교회 안에서 사회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복음 선포에 헌신하며

설립자의 카리스마에 충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사도의 모후이신 마리아와 성바오로사도께 신뢰하며

본 수도회 회헌에 따라

여기 계신 여러분 앞에서

관구장 수녀 수중에

종신토록 정결 청빈 순명을 서원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저를 도우시어 충실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멘.

 

 

6월 30일,

바오로가족 고유축일인 오늘은 종신서원한지 꼭 7년을 맞이하는 날이다.

7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며

7년 전 종신서원을 앞두고 남긴 일기를 몇 장 읽었다.

'나'라는 한 존재가 하느님의 지평 위에 하나의 점으로 찍히고

그 위에 서서히 스며드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가?

일에서는 좀더 전문적인 능력이 생겼지만

그분께 가는 길은 계속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반복하며

커다란 나선형식 진행방향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영상이나 이미지에 의존했던 기도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고

그분과의 관계도 점점 꿈에서 현실로 내려오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여전히 나는 커지고 그분이 작아질 때가 많다. 그런 날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만날 때마다 나를 더 잘 보게 된다.

정직하게 나의 역사를 들여다볼 때 그분이 더 잘 보인다.

 

오늘 오전은 주방 당번이라 졸린 눈을 부릅뜨고 점심식사를 준비했고

오후에는 한참 동안 잠에 빠져있었다. 

꿈에서 때아닌 겨울을 맞아 학생들과 눈싸움을 했는데,

눈뭉치를 던지면서 어느정도 쌓인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 눈은 snow가 아닌 eyes 일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종신서원 7년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고

'함께 보자'는 초대가 지금도 강하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내 삶의 방향을 확인하고 선택해야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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