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詩

눈처럼

기린그린 2019. 2. 20. 22:04

 


녹는 눈처럼 살라.

너 자신으로부터 너 자신을 씻어 내라.

 

- 잘랄루딘 루미 <눈처럼> (류시화 옮김)


Be melting snow

 

Be melting snow.

Wash yourself of yourself.

- Rumi


좋은 시는 새벽의 흰 눈처럼 내려 마음을 순수로 이끈다. 눈은 다른 것들을 씻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 

녹으면서 자신을 씻어 낼 뿐이다. 자신의 에고를 씻어 내어 투명해지는 순간, 세상도 함께 투명해진다. 

내재된 슬픔, 생각의 불순물, 절망 섞인 기억들을 눈 녹듯 씻어 내자. 

후회와 자기 연민과 자만심도. 겨우내 얼어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진정한 해빙의 봄을 맞이하기 위해.

 

내가 아는 사람 하나도 그렇게 자신에게서 자신을 씻어 낸 사람이다. 

그는 얼어붙어 있지도 갇혀 있지도 않다. 내 인생에서 그런 사람을 만난 것은 세렌디피티, 즉 뜻밖의 행운이다. 

그런 사람은 타인과 세상을 씻어 내려고 하는 사람보다 아름답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을 봄의 길목에서 내린 눈이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림_에드바르트 뭉크 <눈 내린 길>


<아침의 시>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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