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집에서 본 풍경
새로 태어난 조카를 보러 청주에 다녀왔다. 3박 4일동안 겸사겸사 사람도 만나고, 아기도 보고... 짧지만 알찬
시간이었다. 그리고 많이 감사드렸다.
매순간 그분을 의식하지 않아도 우리가 나누는 웃음과 사랑 속에 함께 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숨은 그림을 찾듯이, 내 삶에서 그분을 찾는 일이 참 쉬운 것 같았다.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더라고 우리가
함께 있음으로 해서 기뻐하고, 든든해 하고 새로운 생명을 경축하고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만남을 반가워하고... 물처럼 공기처럼
흐르는 사랑 안에 그분은 생명을 더해주신다.

차 한 잔 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태워줬던 청년이 떠오른다. 도로변을 걸어가던 그 청년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탄 차를 세웠다. 영동까지 걸어가는 길인데, 너무 힘들어서 잠깐이라도 차를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그냥 갑갑해서 거기까지 걸어가려고 했다지만, 그가 맨 배낭과 큰 가방은 그리 가볍게 떠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차에 올라타더니,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그저 산처럼, 나무처럼, 물처럼 자연 그대로 변치않고 살 수는
없을까요?...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 그대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
그와 같은 질문에 찌들어 보이는 그
청년에게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자연은 항상 변해요. 산도 나무도 사계절을 따라 변하지요." 운전하는 후배는 좀더
너그럽게 말해주었다.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사세요.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그럼 되지요." (나보다 훨씬
친절했다.) .... "네.. 고맙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내리는 곳에 내려주었다. 영동까지는 아마도 100킬로는
더 가야하는데... 과연 끝까지 갔을까? '변하지 않는 자연처럼...'이라는 환상 속의 삶을 꿈꾸는 그 청년이 애써 숨을 죽이며
겨울을 참고 있는 산과 나무의 인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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