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詩

바람이 불면 겨울나무가 되라는 말

기린그린 2022. 8. 16. 10:09

바람이 불면 겨울나무가 되라는 말

 

                                                   류시화

 

물은 마른 입술을 더 가까이 끌어당긴다는 말

원하는 것 갖기 전에 먼저 감사하라는 말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

헤어진 것보다 헤어진 방식이 더 아프다는 말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다른 사람이란 없다고 답했다는 말

나는 너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좋다는 말

어떤 것들이 원을 그리며 떠나갈 때 원의 중심에 머물라는 말

고독을 이기려면 고독의 끝까지 가 봐야 한다는 말

세상은 나와 함께 시작되지 않았으며

나와 함께 끝나지도 않는다는 말

단지 나와 함께 살아 있다는 말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더 많은 불행한 사람이 있고

치유된 상처가 있으면 더 많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가 있다는 말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자신 안에 하늘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고

불완전한 단어들이 모여 시가 될 수 있는 것은 가슴 안에 시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

사랑하는 것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말

내가 원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 달라는 기도의 말

꽃이 지는 것이 꽃의 패배는 아니라는 말

바람이 불면 겨울나무가 되라는 말

이 행성에 78억 개의 심장이 매 순간 뛰고 있다는 말

너의 존재가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말

슬픔을 함께하면 기쁨이 된다는 말

울지 않는 눈물은 독이 된다는 말

하나의 물방울 속에서도 파도가 치고 있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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