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울 때까지도 나는 계단 맨 꼭 대기의 내 자리에 서 있다. 저 아래 그레이트 홀은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사람들이 바다처럼 몰려가 맡겨뒀던 옷을 찾아 입고, 지도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 일상과 삶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 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 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 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 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 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 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 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 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 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 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10년 전, 배치된 구역에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 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 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 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32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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