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 있는 후배한테 편지가 왔다. 걔는 항상 나보다 훨씬 더 예쁘고 깜찍한 편지지에 써 보낸다. 군대에도 그런걸
파나? 아니면 그냥 주나?
어쨌든, 그애 편지를 읽다가 맨 끝에 매달린 물음이 내 생각의 실마리를 잡아당긴다.
"지금은 그 확신이 어떠세요....?" 그런데, 그 확신이 무엇이었더라?
언뜻 훑어내려보는 2003년 참으로
뜻깊은 만남들이 여럿 있었다. 내 삶을 옭아매었던 과거와 상처로부터 해방시켜준 만남이 있었고, 내가 잘 걷고 있는지 마치 물가에서
노는 아이를 지켜보듯이 나보다 더 자상하게 내 걸음을 봐주는 동반자들과의 소중한 만남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지닌
상처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나를 감싸안아준 그분과의 만남은 비관적이었던 내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사건이었다.
확신이라면, 그 사랑에 대한 것이겠지. 어떤 신념과는 다른 것이다. 결심과 실천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믿고 매일매일 따라가는 것, 될 수 있으면 단순하게,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어도 내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신뢰하는 것, 내가 아닌 그 사랑을 바라보는 것, 나의 무덤이 될 '나'를 벗어나 진정한 생명을 찾아 매일 새롭게
나서는 것이 내가 살 길이라는 확신이 점점 내 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요즘 또하나 배운 것은 의식하지 않아도 숨쉬는
것에 감사하는 것처럼 숨보다 더 귀한 사랑을 매일 받고 있음을 믿고 나도 그렇게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들지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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