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E R S T O R Y/느끼는대로

아름다운 장례식(03')

기린그린 2010. 4.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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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녀님이 별안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수도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는 죽어가는 삶을 택한 사람인데
이제 그 일을 다 마치고,
사랑하는 아버지께 가는 수녀님이 복되다고...
주교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나의 삶도 죽음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참 불행한 사건인데,
그분을 떠나보내는 미사는 정말 하나의 아름다운 행사로 치러졌다.
동기 수녀님들이 고별사를 하고,
그 수녀님이 삶으로 보여주신 사랑과 열정을 함께 기억하고,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눈물도 함께 나누고...
수도공동체가 아니라면,
그렇게 진실된 자매애를 어디서 만나볼 수 있을까?

그분의 죽음을 보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죽음은 우리 삶에 던져지는 소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힘없이 비실거릴 때
소금을 조금 넣어주면 생기를 되찾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때로는 지루하게 누리고 있는 삶 속에
급작스럽게 찾아드는 죽음은
나의 삶을 더 생생하게 맞아들이도록 만든다.

어제, 수능시험 1교시를 보고나서 자살을 한 여학생의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죽음도 그 위력이 많이 쇠퇴하였다.
삶의 한 순간처럼 죽음이 선택되어지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죽음도 자기 삶의 한 권리로 행사하려한다.
마지막 권한행사...
그러나 그 마저도 점점 '최후'로서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 '짠맛'을 자꾸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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