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수녀님이 별안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그 장례미사에 다녀왔다. 수도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는 죽어가는 삶을
택한 사람인데 이제 그 일을 다 마치고, 사랑하는 아버지께 가는 수녀님이 복되다고... 주교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나의
삶도 죽음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참 불행한 사건인데, 그분을 떠나보내는 미사는 정말 하나의 아름다운 행사로
치러졌다. 동기 수녀님들이 고별사를 하고, 그 수녀님이 삶으로 보여주신 사랑과 열정을 함께 기억하고, 더 사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눈물도 함께 나누고... 수도공동체가 아니라면, 그렇게 진실된 자매애를 어디서 만나볼 수 있을까?
그분의
죽음을 보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죽음은 우리 삶에 던져지는 소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힘없이
비실거릴 때 소금을 조금 넣어주면 생기를 되찾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게, 때로는 지루하게 누리고 있는 삶
속에 급작스럽게 찾아드는 죽음은 나의 삶을 더 생생하게 맞아들이도록 만든다.
어제, 수능시험 1교시를 보고나서 자살을
한 여학생의 소식을 들었다. 이제는 죽음도 그 위력이 많이 쇠퇴하였다. 삶의 한 순간처럼 죽음이 선택되어지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죽음도 자기 삶의 한 권리로 행사하려한다. 마지막 권한행사... 그러나 그 마저도 점점 '최후'로서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 '짠맛'을 자꾸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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