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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레이

기린그린 2010. 5. 22. 22:20




이 영화는 "소울(soul)음악의 천재"라고 불리우면서 재즈와 팝, 컨츄리 음악에까지 
미국 대중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레이 챨스(Ray Charles)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처음에 "Unchain My Heart : Ray Charles"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던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Ray” 즉 “빛, 광선(Light)" 이라고 정했을 만한 이유를 
내 나름대로 꿰어 맞추면서, 흑인이자 장님 음악가인 레이 챨스가 
자기만의 어둠에서 벗어나 빛을 되찾는 과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싶다.
 
레이는 여섯 살 때 같이 놀던 동생 조지가 바로 자기 앞에서 빨래통 물에 
빠져 죽는 것을 보고 그 충격으로 점점 눈이 멀어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당당하고 지혜로웠던 그의 어머니는 
그가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고 혼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며,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불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아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놓는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에 이끌려 음악을 배우게 된 레이는 
작은 클럽에서 노래를 시작하면서 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꽃피우게 된다. 
장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싸울 줄 알았던 그는 
대중음악의 거의 모든 쟝르를 섭렵하며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음악성과 
사업적인 안목으로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어린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인해 드리워진 
내면의 그림자는 점점 더 확대되어 마음마저 깊은 어둠 속을 헤맨다. 
그래서 그는 때때로 물에 빠진 채 죽은 동생의 발을 만지는 
고통스런 환상에 사로잡히곤 한다. 
괴로운 과거의 기억과 그것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손을 댄 마약 중독은 
끝을 모르고 승승장구하는 찬란한 성공에 대비되어 
그의 삶을 더욱 컴컴한 어둠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고통과 슬픔, 질투와 분노마저도 
강렬한 리듬을 부추기는 에너지가 되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노라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펼쳐지는 인간의 잠재력과 힘에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 고통스런 체험이야말로 그의 노래에 처절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를 끝까지 지켜준 가족을 위해 의지적으로 마약을 끊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물에 빠지는 환상에 들어섰을 때, 
가슴으로만 그리던 어머니와 동생을 만나게 된다.  
"나는 잊어버려야 할 과거가 아니라, 너의 삶의 일부란다."라고 말하며 
다 큰 아들을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에서 
그는 여전히 "마음의 불구자"로 살아왔음을 깨우치게 되고,  
"내가 죽은 건 형 탓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동생을 통해 
끝없는 어둠 속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던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결말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어둠을 인정하고,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마음의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내면의 빛... Ray of Soul...
그 빛은 외적인 성공이나 다른 사람의 인정만으로는 밝혀질 수 없다. 
자기가 먼저 문을 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음의 어둠은 비추어질 수 없다는 진실을 여기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