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영화관

블랙 (Black, 2005)

기린그린 2010. 5. 22. 23:30


영화 <블랙>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개봉된 인도 영화로 

동양적인 감성과 그리스도교 정신이 매우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헬렌 켈러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한 소녀의 치열한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하나의 장애극복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원초적인 어둠과 빛에 대한 신비로운 가르침을 들려준다.     


시청각이 마비된 채 태어난 미셸은 귀족의 딸이지만 방울을 매달고 마치 짐승처럼 집 안을 돌아다닌다. 

소리는 침묵으로 변하고 빛은 어둠이 되는 ‘블랙(Black)'만이 미셸이 아는 세상의 전부다. 

미셸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부모는 사하이라는 선생에게 딸을 맡기지만 

그의 특별한 교육방법을 이해 못하는 아버지는 그녀를 장애인 수용소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미셸을 둘러싼 암흑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생은 

그녀를 어둠에서 끌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미셸이 인간답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이었지만, 

사하이는  그녀의 손에 박힌 가시를 빼주며 친구가 되고, 

영혼을 찌르는 어둠의 가시도 치유하는 의사요 스승이 된다. 

그리고 블랙의 세계에서 미셸을 해방시킬 언어라는 빛을 가져다준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의 이름을 손과 입으로 가르침으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사하이의 끈질긴 노력 끝에 처음으로 ‘워터(water)'의 의미를 깨달은 미셸은 

마치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어둠에서 빛으로, 무지에서 지식의 세계로 건너간다.




개미가 산을 기어오르듯이, 거북이가 사막을 건너듯이 숱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한 발 한 발 나아간 그녀는 블랙이라는 암흑의 색을 성취와 지식의 색으로 변화시킨다. 

스승의 헌신적인 신뢰와 사랑으로 마침내 대학을 졸업하는 미셸의 소감은 이 영화의 절정을 이룬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맹인입니다. 

누구도 그분을 보거나 듣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하느님을 만져봤습니다. 

나는 그분의 존재를 ‘티-(teacher)'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이라는 어둠 속에 갇힌 스승에게 다시 그 빛을 돌려준다.





일생을 바쳐 한 인간을 어둠에서 건져냈을 뿐만 아니라 

빛의 증거자로 만든 사하이한테 아주 낯익은 분의 모습이 비친다. 

바로 우리가 죄의 어둠 속을 헤매지 않고 참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빛이 되어주신 스승 예수님의 얼굴이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그대 지금 어디에] 2009년 9월호 - 영화로 만나는 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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