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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Good & Bye, 2008)

기린그린 2010. 5. 22. 23:32

 


 


  스산한 바람과 떨어지는 나뭇잎, 저물어가는 해,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11월은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굿‘ 바이>는 이런 시기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죽음을 다룬 많은 작품 중 이 영화는 인간의 죽음과 삶의 신비를 통찰하여

지혜롭고 아름답게 그려낸 명작이다.

 

 

 


 

  첫 장면에서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교향곡만큼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로서

꿈을 키우던 다이고는 갑자기 악단을 해체한다는 발표를 듣는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다이고는 빚을 내서 구입한 첼로를 처분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

구인 잡지에서 ‘새 출발을 돕는 여행사’ 광고를 보고 회사를 찾아가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여행의 출발을 돕는 납관사의 일이다.

그는 시체를 만지는 일에 기겁을 하고 이 일을 그만두려 하지만,

차츰 이 직업이 갖는 숭고한 정신에 매료된다.

 

 


  다이고는 기꺼이 정결한 예를 갖추어 고인을 닦아주고,

가장 좋은 옷과 지상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되찾아줌으로써

최상의 정성과 존경을 다해 영원의 길로 떠나는 영혼을 배웅해준다.

이 특별한 예식을 통해 가족들이 고인의 얼굴을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오랫동안 마주보며 비로소 마음을 터놓고 화해하는 모습에서

다이고는 자신의 소명을 통해 삶과 죽음이 화해하고 이승과 저승이 아름답게 조우하는 기적을 체험한다.

 

 

 



  이 영화에서 첼로는 아주 귀중한 역을 맡는다.

그의 첼로 연주는 가슴에 상처로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의 노래다.

그리고 이 노래는 이승을 떠난 이들을 보내는 송가가 되고

삶과 죽음의 만남을 기리는 축가로써 세상에 울려 퍼진다.

 이 영화의 이야기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은

죽음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엄숙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한 화술로써 풀어내면서

보는 이에게 눈물과 웃음을 한꺼번에 선사하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이 영화가 초대하는 죽음의 문 앞에서 내가 살아온 날들에 감사하고

또 앞으로 남은 시간을 축복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영화는 죽음을 주제로 한 영화지만 삶에 대한 영화입니다.

전 늘 고인을 배웅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 타키타 요지로의 말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고귀하게 드높여질 것인가.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요한 13, 14-15)

 

 

- [그대 지금 어디에] 11월호. 김경희 노엘라 수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