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란첸 저 / 배영호 역 / 바오로딸
저는 가끔 진정한 삶이란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맨발로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는 상상을 합니다.
그것은 예기치 못한 현실과 불쑥불쑥 다가오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온전하게 겪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한동안 제 삶에 대해 강한 회의감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즉 책이나 영화에서 본 것으로 재생되는 영화관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발로 걸어가야 알 수 있는 삶의 신비를 마치 차를 타고 구경하듯이
다 아는 것처럼 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지요.
[고통이라는 걸림돌]을 굳이 집어든 이유도 아마 삶이라는 지표면에 더 가깝게 발을 디디고 싶은 갈망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도 분명히 밝히듯 고통은 책으로 읽어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고통은 실제 체험을 통해 아주 조금만 예측되는 깊은 심연의 비밀이기에
고통에 대한 신학적 지식은 오히려 불필요한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십자가의 지혜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피조물이 당하는 고통이야말로 하느님한테서 멀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왜 선하신 하느님은 우리가 고통 받게 내버려 두실까요?
세상에 산재한 고통을 많은 사람에게 더 이상 하느님을 믿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절망을 맛보고 슬픔의 장례를 치름으로써
자신은 죽지않으리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나약함과 사멸의 운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누구나 한 번쯤 던져보았을 ‘고통은 왜?’라는 질문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난처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솔직하고 과감하게 이 문제를 끌어안은 이 책은 그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회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을 직면하고 곤경에 처한 그리스도인이 취해야 할
자세와 가능성만큼은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김 노엘라 수녀 (성 바오로 딸 수도회)
- 서울대교구 청년주보 7월 18일자 -
http://www.2030.or.kr/root_file/jubo/ebook/Y_20100718/flashbook.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