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프로필, 페이지, 그룹 사용의 커다란 차이점.
페이스북에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큰 공간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프로필, 그룹, 페이지가 그것이죠.
프로필은 개인 공간입니다.
친구들과 1:1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여기는 오프라인의 인간 관계를 선별적으로 온라인에 맵핑(Mapping)시키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가 3천 명이네, 5천 명이네... 숫자놀이 하는 것은 큰 의미 없습니다. 진짜 친구를 소외시키지 않도록 어디까지나 오프라인, 혹은 오프라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친한 온라인 친구들을 시작으로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여기서 장기적이라 함은 단 몇 개월, 심지어 단 몇 주일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오프라인 친구를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것 뿐이라면, 뭐하러 그런 귀찮은 짓을 힘들여 하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죠. 아마 웹의 특성과 SNS의 특성, 그리고 파괴력을 경험해보신 적이 없어서 그럴겁니다. 일단 마음에 드는 오프라인 친구 몇을 온라인 공간(여기서는 페이스북)에 연결시키면 그 다음에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엄밀하게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단순히 친구 한 명을 페이스북에서 연결했을 뿐인데, 그 친구를 통해 잊고 있었던 사람들이 눈 앞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내가 애쓰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렇게 나타난 친구 가운데 역시 마음에 맞는 사람만 친구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아는 사람 위주로 친구가 확장되면 개인의 오프라인 정체성이 온라인에 공고히 자리잡습니다. 딱히 실명을 밝히거나 개인 정보를 많이 주지 않아도 내가 아는 사람을 통해, 나를 아는 사람을 통해 숨길 수 없는 자아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 다른 친구들이 공통으로 관계맺고 있는 의외의 사람으로 연결이 확장됩니다. 믿음직한 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말이죠. 막무가내로 친구를 맺었다면 잘 모르는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되고 말겠지만,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관계가 형성되면 당신은 '친구의 친구'가 됩니다. 간단한 결론이지만 이 사실을 실감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룹은 사람이 중심인 의식 공동체입니다.
같은 뜻, 취미, 취향, 목적을 가지고...즉 '공통점'을 가지고 '사람'이 모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공통점'이나 '공동의 목표'가 의식적으로 공유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룹은 이상하게 굴러갑니다.
페이스북의 그룹은 개설자에게 운영과 관련한 권한을 주긴 합니다만, 그 권한이 국내 포탈 카페의 권한만큼 강력한 것이 아닙니다. 그룹은 상당히 민주적인 서비스입니다. 그룹 회원이라면 자동적으로 다양한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친구를 그룹으로 초청하거나, 글을 쓰거나, 댓글을 쓰거나...딱히 제한되는 사항이 없습니다. 초청되는 순간에 그룹에서 일정 권한을 갖게 되고, 마음에 안 들어서 탈퇴하기 전까지 그 권한은 유지됩니다. 기분 나쁜 행동을 해서 다수의 신고를 받지 않는 이상 그룹 회원 사이에 눈에 띄는 차별/차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개념이 익숙치 않은 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주인의식'이라는 측면에서 포탈 카페는 '운영자'가 있고 '사용자'가 있으며, 사용자는 운영자의 '관리'의 대상이 되는 식이거든요. 페이스북의 그룹은 그런 개념과 좀 다릅니다. 그룹에 초대되는 순간 운영자나 다름 없는 권한을 갖습니다. 그룹 내의 거의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고, 운영자에 준하는 책임을 자연스럽게 얻습니다.
그룹은 '사람'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콘텐츠의 공유 기능이 부족합니다. 그룹 안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그룹 내에서만 돌아다니게 됩니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 있어서도 이 부분은 쉽게 이해가 갑니다. 콘텐츠를 구분하지 않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저~ 아래에 달린 글을 '좋아요'하거나 댓글을 달면 해당 글이 제일 위로 올라옵니다. 사람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글과 댓글이 사실상 구분이 없습니다. 댓글만 달아도 해당 댓글이 위로 올라와 버리니까요.
기본적으로 그룹은 '홍보'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콘텐츠를 공유시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에 어울리는 '사람'을 끌어들여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는 콘텐츠를 사람으로 이동시킵니다. 그룹에서는 콘텐츠로 사람을 이동시킵니다.
사람만 많다고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룹의 '목적', 그룹에서 모으려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의식적으로 강하게 연결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서 영향력이 달라집니다. 막말로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로 그룹의 영향력이 측정되고 평가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예가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그룹은 목적의식을 가진 개인(프로필)이 모여 만들어진 공동의 프로필입니다. 하이브 마인드(Hive mind)라는 말이 있습니다. 벌이나 개미의 군집을 표현할 때 쓰기도 하는데, 일종의 의식의 링크(연결)입니다. 집단 의식, 또는 군집 생각(Group think), 뭐 이 정도로 번역 가능할텐데, 개개인이 집단의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그룹 전체의 이익이 달성되면 결국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있으므로 자발적으로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고 집단의 목적을 이루려는 행위가 나타납니다. 그 이익이 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
페이지는 콘텐츠가 주인 행세를 하는 밈(Meme)입니다.
이 페이지(Published by Joon Goo Lee)에서 주가되는 것은 페이스북 이펙트의 저자인 이준구 개인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그 개인이 궁금해서 여길 찾아오는 것이 아니죠.(물론 그런 부분이 아얘 없지는 않겠지만)
이 공간에 찾아오는 사람은 책을 통해 밝힌 지식이나 사상에 끌려 오게됩니다. 여기에 담긴 노트, 상태, 사진 등은 저 개인을 드러내기 전에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제가 쓴 '책'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여기에서 이준구라는 사람은 부입니다. '이준구가 지은 책'이 주가 되죠. 그룹이 공통의 관심사를 갖는 '사람'이랑 연결된다면, 페이지는 공통의 관심사 그 자체랑 연결됩니다. (헷갈리시는 분 계실까봐 연예인을 예로 들면, 연예인의 프로필 공간은 한 개인의 일상 공간, 친구와의 공간이 되는 것이고, 페이지는 연예인의 '이미지'를 노출시켜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도록 한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공유' 기능을 통해 좋은 콘텐츠가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마치 콘텐츠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좋아요'나 댓글, 그리고 공유를 통해 덩치를 키웁니다. 그리고 설득력을 확보하고 논리를 다듬고, 데이터를 보강하여 굴러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의식'에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더 많은 유사 콘텐츠가 생겨납니다. 마치 생명체가 번식하듯 좋은, 재미있는, 의미있는 콘텐츠가 퍼져나갑니다. (경고, 주의 등 자극적인 콘텐츠가 더 빠르게 퍼지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그렇고, 상품이 그렇고, 서비스가 그렇고,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페이지에서의 저자 '이준구'는 책과 관련된, 책의 내용과 상관된 얘기를 통해 알려집니다. '이준구'라는 콘텐츠가, '이준구의 책'이라는 콘텐츠가 사람들의 의식에 남는 것입니다. 소설가 '조정래'는 모르지만 '조정래'의 소설은 아는 사람들처럼, 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제가 쓴 '콘텐츠'는 아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상품을 만든 '사람'은 모르지만 상품 자체의 '이미지'는 사람들의 의식 속을 부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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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간단한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 기능이 갖는 의미를 찬찬히 고찰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두서없이 적은 이 글은 그 파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각 기능의 성격과 해당 기능에서 제공하는 도구의 미묘한 차이를 볼 때 페이스북에서 의도하는 바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프로필을 페이지처럼, 페이지를 그룹처럼, 그룹을 페이지처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각 서비스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기능 자체를 설명하지 그 기능의 의미, 함의를 고민하는 사람은 없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페이스북이 무서운 것은 이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도구의 미묘한 차이 때문에 페이스북이 의도한대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행착오야 있겠지만, 결국 페이지는 페이지답게, 그룹은 그룹답게, 프로필은 프로필답게 사용하게 됩니다.
저는 시행착오를 좀 줄여주고자 다소 거창하고, 그래서 난삽하게 그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트위터를 뉴스/정보 피드 구독기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과 소통이 쉽게 가능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로 접근했다가 트위터가 소셜 네트워킹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하면 사용자는 이탈해버리죠.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 일이 있는데 그것을 좀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은 효율에서도, 나중의 운영에서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다면 페이지를 만드는게 정답입니다. 그리고 페이지에서는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와 어울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고, 수정하고,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사항이 됩니다. 홍보 마케팅을 하려는 분들도 그런 쪽으로 머리를 굴려야 할 겁니다. 얼마나 강력하고 지속적인 생각 바이러스를 퍼뜨리느냐가 중요합니다. 말 그대로 '팬덤'을 형성하고 싶으면 페이지로 가세요.
사람을 중심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그룹을 만드는게 정답입니다. 그것이 직장 상사 뒷담화를 까는 것이든, 학교 숙제를 잘 하기 위함이든, 남을 돕기 위함이든,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든 상관 없습니다.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 목적을 달성해보고자 한다면 그룹을 만드십시오. 그리고 각 그룹의 멤버들은 그룹에 모임 사람들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을 골라 그룹원으로 참가시키면 됩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그 그룹은 누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당 목적을 향해 굴러갑니다. 만약 굴러가지 않는다면 목적에 큰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이 마뜩찮은 부탁이나 심리적 부담('난 관심 없지만 친구가 초대한 것이니...일단 있자' 정도의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랑 연결되고 싶으면 프로필이 정답이죠. 간혹 페이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느낌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계시지만, 친구의 뜻이 언제 '홍보의 대상'이라는 뜻으로 바뀐거죠? 말 그대로 '인맥'을 만들고 싶다면 페이지가 아니라 프로필을 통해서 하세요.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친구의 친구'를 알아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막무가내로 유명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겠다고 덤비신다면, 저는 '그것도 나쁜 전략은 아닙니다'라고 얘기해 주긴 할거에요. 당신의 인맥을 보고 혹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죠. 다른 친구관계에 팔려서 당신이 그렇게 웃기는 친구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잘 포장하면 그럴듯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거에요. 그래서 남는게 그렇게 큰 가치가 있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세 줄 요약입니다.
1. 프로필과 페이지와 그룹은 그 성격과 기능이 무척 다르다.
2. 친구 관계를 통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인맥 확장 및 관계 유지/강화는 프로필을,
목적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해당 목적을 이루기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면 그룹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나 특정 주제나 소재의 콘텐츠를 전달하여 알리고 인식시키고 싶다면 페이지를 만들어 놀아라.
3. 사실 서비스야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쓰든 마음대로 쓰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이런 큰 차이를 알고 쓰면 시간 낭비, 정력 낭비, 돈 낭비 덜하니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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