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통과 연대를 위한 책 읽기
몇 달 전 인터넷서점을 검색하던 중 이상한 일을 발견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있었다. 둘 다 나온 지 이미 오래된 책들이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세계 기아 문제라는 딱딱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 도저히 베스트셀러에 오를 책들이 아니라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 이유를 나는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고서 알았다. 한비야가 그 책들을 추천했던 거다. 나는 한비야가 가진 사회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고, 책을 통한 소통과 연대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농썰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딸들과 책 나눔을 한다. 오로지 딸들과 하기가 뭐해서 내 대자이자 후배의 아들들, 딸들의 친구들과 함께 주로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www.readread.or.kr)에서 추천한 책들 가운데 골라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은 매주 모이는 편이고, 고등학생이 한 주에 한 권 책을 읽는 게 무리여서, 두 주에 한 권 정도 읽고 그 사이사이에는 볼만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본다. 이 같은 시간을 갖는 이유는 딸들과 함께 내가 꿈꾸는 세상, 내가 세계와 역사를 보는 관점, 내가 믿는 하느님과 예수 등을 나누기 위해서이다. 책은 활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소통과 나눔, 연대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인문학 공부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길 찾기와 뗄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누는 방식은 단순히 듣는 방식의 강좌에 비하면 더욱 적극성과 능동성이 있는 배움 방식이다. 넓게 보면 성경공부모임도 성경이라는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라 하겠다. 교회 밖에서 다양한 책 읽기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교회 안에서는 성경공부모임을 빼고는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청년, 대학생 모임을 활성화되었을 때는 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였다. 이제는 청년, 대학생 활동 침체로 젊은이 모임에서도 세미나 방식 모임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독서를 단순히 취미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독서가 취미라니! 독서는 중요한 배움 수단이자 과정이고, 배움은 한 사람의 삶이나 조직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자주 딸들에게 두 가지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책 읽는 즐거움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해마다 설날이면 우리 집에는 새 독서기록표가 붙는다. 책 읽고 책 이름을 적는데, 지난해에는 50칸이었고, 올해는 60칸으로 늘려 잡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는 벌써 60권을 다 채워 새로 전용 기록표를 만들어 붙여주었는데, 지금까지 모두 75권을 읽었다. 12월 31일 밤에는 모여 앉아 가장 슬펐던 일, 보람 있었던 일 등 여러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가장 감명 깊었던 책 얘기도 나눈다.
나는 1980년대 중반 인천교구 송림동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할 때 본당 도서관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본당 차원의 일이 아니라 청년회 활동의 하나로 시작했다. 시행착오 끝에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 뒤 1991년 우리신학연구소 전신인 우리신학연구실이 새로 지어진 인천교구 부평4동본당 교육관에 사무실을 얻어 들어갔을 때, 본당을 도와 교육관에 지역 도서관 개념의 본당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도왔다.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해야 본당 도서관을 잘 운영할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최근 인천교구에서는 본당 안에 북카페 형식의 도서관을 설치하는 본당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이 도서관들은 대부분 과거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본당 도서관이 본당 공동체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체로 본다면 일부 본당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교구 서운동본당(당시 주임 김영욱 신부)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본당 청소년들.
2008년 신축된 서운동성당은 설계 당시부터 도서관을 구상했고, 2007년 말부터 지역 안 공공 도서관을 견학하면서 도서관 개관을 준비했다. 2009년 10월 현재 약 5,500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계속 기증 도서 가운데 엄선하고 매달 20만 원 본당 지원금으로 새 책을 산다(신자 신청 도서 50%, 도서위원 선정 50%). 가족회원제(가입비 1만 원)로 운영하며, 매주 3권의 책을 빌릴 수 있다. 30~40대 주부인 7명의 도서위원에 의해 운영되며 동화 구연, 분기별 소식지 발간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영욱 신부는 새로 부임한 소사본3동본당에서도 이미 있었지만 사실상 운영되지 않던 본당 도서관을 재정비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책과 비디오를 정리하고 새로 신자들로부터 책을 기증 받고 새 책들을 샀다. 아울러 교육관 1층에 있던 서가를 성전 입구 로비로 옮겨 한 공간에 성물판매소, 카페, 우리농매장, 도서관을 모아 복합 공간을 만들었다.
매스컴위원회는 2009 하반기 문화의 복음화 포럼 주제로 ‘독서사목’이라는 낯선 개념을 등장시키고 있다. 엄밀한 개념 정의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독서를 사목, 특히 신자 교육 양성에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거라 생각한다.
교회 안 독서사목의 현실을 짚어보려면 교회 안에서 책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교회 안 책, 누가 얼마나 펴내고 있나?
교회 안 출판사는 크게 교계 운영, 수도회 운영, 교회기관 운영, 개인 운영 출판사로 구분할 수 있다. 성바오로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서점 “성바오로 인터넷서점”에서 팔고 있는 책(악보는 제외)의 출판사 현황(2009년 10월 13일 현재)은 [표1]과 같다.
구 분 (소계) |
출 판 사 |
교계 운영 (3) |
가톨릭출판사(791)·도서출판 으뜸사랑(64)·도서출판 새남(56)(소계911),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232)·한국 천주교 주교회의(20)(소계252), 천주교 광주대교구(2) |
수도회 운영 (괄호 안은 수도회 이름) (12) |
바오로딸(841)·열린(68)(소계909)(바오로딸수녀회), 성바오로(774)·다솜(93)(소계867)(성바오로수도회), 분도출판사(670)(베네딕도수도회), 생활성서(292)(까리따스수녀회), 성서와함께(190)(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 이냐시오영성연구소(24)(예수회), 돈보스꼬미디어(20)(살레시오 수도회), 프란치스코출판사(9)(작은형제회), 도서출판 순교의 맥(4)(한국순교복자수녀회), 도서출판 성모기사(2)(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도서출판 형제애(1)(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월간 들숨날숨)(5)(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회) |
교회 기관 운영 (18) |
가톨릭대학교 출판부(163), 가톨릭신문사(50), 미래사목연구소(13)·에우안겔리온(10)·위즈 앤 비즈(17)·동이(6)(소계46), 한국교회사연구소(43), 수원가톨릭대학 출판부(19),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16), 광주 가톨릭대학교 출판부(7)·광주가톨릭대학 전망편집부(4)(소계11), 빛두레(10)(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님성서연구소(5), 한국가톨릭문화원(2), 남양성모성지(1), 서울대교구 사무처 이향신자사목부(1), 인천가톨릭대학교 출판부(1), 천주교 대구대교구 가톨릭여성교육원(1),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1),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1), 통합사목연구소(1), 우리신학연구소(0) |
개인 운영 (36) |
성요셉출판사(165), 기쁜소식(143), 가톨릭크리스챤(84), 성황석두루가서원(49), 작은예수(43), 미루나무(42), 성모출판사(34), 제삼기획(31), 일과 놀이(28), 우진출판사(27), 가톨릭다이제스트(25), 아베마리아출판사(23), 계성출판사(14), 도서출판 빅벨(12), 푸른군대(11), 대건출판사(8), 도서출판 요한사(8), 흰물결(8), 성지출판사(7), 게쎄마니(6), 엠미르출판사(6), 하늘나라(6), 양업서원(5), 청파사(5), 도서출판 빛들(4), 도서출판 정음(4), 두레(3), 성령미디어(3), 오늘의 말씀사(3), 도서출판 크리스찬(2), 사랑과평화(2), 여백미디어(2), 도서출판 서랑(1), 만나서적(1), 송인기획(1), 우일문화사(1) |
비가톨릭계 (23) |
서광사(186), 샘터사(50), 자유문학사(14), 국태원(6), 도서출판 장락(5), 마음산책(5), 문예출판사(5), 햇빛출판사(5), 다른우리(4), 리수(3), 소나무(3), 오래된 미래(3), 도서출판 물푸레(2), 갑인공방(1), 오늘의 책(2), 대교베텔스만(1), 도서출판 다밋(1), 도서출판 천우(1), 보누스(1), 오션커뮤니케이션즈(1), 정신세계사(1), 한길사(1), 한솔미디어(1) |
운영 주체에 따른 분류로 보면(비가톨릭계 제외), 개인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36개로 가장 많고, 다음은 교회 기관 운영(18개), 수도회 운영(12개), 교계 운영(3개)의 순이다. 발행 권수가 5권 미만이고 현재 품절 상태인 출판사는 사실상 출판 기능을 하지 않는 출판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순위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성바오로 인터넷서점에 등록된 책이 가장 많은 출판사는 ①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가톨릭출판사(911권), ②바오로딸(909권), ③성바오로(867권), ④분도출판사(670권), ⑤생활성서(292권), ⑥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252권), ⑦성서와함께(190권), ⑧성요셉출판사(165권), ⑨가톨릭대학교 출판부(163권), ⑩기쁜소식(143권)의 순이었다. 곧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출판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운영 주체별 분류상으로 교계 운영 출판사 가운데는 가톨릭출판사(911권), 수도회 운영 출판사 가운데는 바오로딸(909권), 교회기관 운영 출판사 가운데는 가톨릭대학교 출판부(163권), 개인 운영 출판사 가운데는 성요셉출판사(165권), 비가톨릭계 출판사 가운데는 서광사(186권)가 가장 많은 책을 등록하였다.
성바오로 인터넷서점에 등록된 분야별 성인용 책 현황(2009년 10월 14일 현재)은 아래 표와 같다. 기타를 제외하고, ①영성(1346), ②문학(1323), ③신학(836), ④교리(387), ⑤신약(300), ⑥구약(241), ⑦철학(202), ⑧교회문헌(156), ⑨미사(99), ⑩성경(75) 등의 순이다. 성경, 신약, 구약을 합치면 616권으로 네 번째로 많이 등록된 분야이다.
구분 |
계 |
성경 |
신약 |
구약 |
성가 기도서 |
성무일도 |
신학 |
전례 |
교리 |
교회문헌 |
영성 |
문학 |
철학 |
미사 |
정기 간행물 |
거룩한독서 |
영신수련 |
기타 |
권 |
7567 |
75 |
300 |
241 |
16 |
22 |
836 |
298 |
387 |
156 |
1346 |
1323 |
202 |
99 |
38 |
27 |
21 |
2180 |
성바오로 인터넷서점에 등록된 분야별 어린이·청소년용 책 현황(2009년 10월 14일 현재)은 아래 표와 같다. 58권에 지나지 않아 어린이 책에 비해 청소년 책이 많이 부족하였다. 어린이 책을 분야별로 보면 ①동화(207), ②만화(130), ③성경(120), ④교리교육(57), ⑤성인전(34), ⑥기도(23), ⑦소설(14), ⑧전례(3)의 순이었다. 분류상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성인용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성 관련 서적이 어린이 책에는 없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 여긴다.
구분 |
계 |
청소년 |
유아 |
성경 |
기도 |
성인전 |
동화 |
소설 |
교리교육 |
만화 |
전례 |
기타 |
권 |
715 |
58 |
44 |
120 |
23 |
34 |
207 |
14 |
57 |
130 |
3 |
25 |
교회 안 책들 가운데서 어떤 책들이 주로 읽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판매부수를 파악하거나 베스트셀러를 추적해야 하는데,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서 조사하지 못하였다. 현재 인터넷서점마다 베스트셀러를 알리고 있으나,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방식도 다르고 온라인 베스트셀러인지 서점 판매도 포함한 베스트셀러인지 등 베스트셀러 집계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분석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어떤 분야의 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지를 보면 어느 분야의 책이 신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독서사목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
한국 천주교회에서 가장 폭넓게 독서운동이 펼쳐진 것은 2005년부터 3년 동안 <가톨릭신문>과 서울교구 잠실7동본당(주임 이기양 신부) 주최로 펼쳐진 ‘신심서적 33권 읽기’였다. 이 3년 동안만큼 한국 천주교회에서 독서가 주목을 받았던 때는 없었다. 이 운동은 잠실7동본당이 2004년 실시한 ‘신심서적 54권 읽기’의 성공을 계기로 본격 준비됐다.
잠실7동본당은 본당 설립 10주년을 맞아 영적 성숙 프로그램의 1단계로 신약성서 쓰기를 하였는데, 완필자 360명이 넘었다. 이에 이기양 신부는 성서쓰기를 통해 신앙의 기본 틀이 잡혔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올바른 책을 선택해 읽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11주년을 맞아 2단계로 ‘54권 신심서적 읽기’를 시작하였다. 2003년 11월 첫째 주부터 시작한 ‘신심서적 54권 읽기 운동’을 펼친 잠실7동본당은 2년 6개월 동안의 신심서적 100권 읽기를 마무리하고 2006년 4월 16일 시상식을 가졌는데, 완독자는 모두 133명이었다.
추천 도서 선정은 교우 추천, 사목회 교육분과 산하 도서위원 추천, 각 출판사의 신간 안내, 교계관련 출판사 문의, 방문 성직자 수도자들의 조언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중간에 저자와의 만남(이기영 교수, 조각가 최종태, 박완서, 이해인 수녀, 홍문택 신부, 두봉 주교 등)을 통해 자극을 주었고, 구역별 시상을 통해 성취욕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추천 도서는 전례시기와 맞물리며 모든 신자들이 읽을 수 있는 ‘영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신심서적을 우선적으로 뽑아 한 달에 4~5권씩 추천하였다. 신자들은 추천 도서를 읽은 후 ‘영적 성숙을 위한 독서카드’에 완독 여부를 적도록 하였고, 본당은 신자들의 도서 구입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가의 20%를 본당에서 부담했다. 홈페이지에도 54권 읽기 코너를 만들어 신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방법은 전국 신자를 대상으로 펼친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에 거의 그대로 적용되었다.
가톨릭신문과 잠실7동본당이 공동 주최한 이 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매우 큰 편이어서, 2004년 1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불과 석 달 만에 약 1천 명의 신자가 책을 받아보겠다고 신청했다. 독서운동 홈페이지는 33권 읽기에 도전하는 신자들의 다짐으로 가득했다. 서울 광장동본당,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등 30여 개 본당이 독서운동에 직접 참가했고, 10여 개 본당은 30권, 24권, 월 1권 읽기 등 공동체 사정에 맞는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필리핀 마닐라, 홍콩, 미국 올드 볼티모어 등 3개 해외교포교회도 동참했다. 2005년도 개인 참가자는 1,491명이었다. 2006년에도 참가자는 꾸준히 늘어 그해 1월 약 4백 명이 새롭게 동참했으며, 2007년에는 매달 약 3백 명의 신자들이 선정도서를 받았다. 2007년 12월 현재까지 온·오프라인 상으로 독서운동에 참가한 이는 2,057명. 기관·단체는 약 40곳이었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주최 측은 2005년 5월에는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와 함께 ‘한국교회 출판 문화의 어제와 오늘’ 워크숍을 열었다. 그 해 7월에는 본당 사목자와 독서운동 참가자, 출판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상반기 결산 대담회를 갖고 독서운동 활성화를 위한 교회 각 계층의 의견을 모으는 시간도 가졌다. 2006년 4월에는 책 읽기 열풍을 이어나가고자 전국 규모의 독후감 공모대회도 마련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도서 독후감을 공모해 당선작을 신문에 게재하고 다음 달 책을 무료로 발송하는 행사도 가졌다.
이 운동에 참여한 본당은 신자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자체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잠실5동본당은 성물방에 다양한 신심서적을 전시 판매하였고, 부산교구 울산 방어진본당은 매월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느꼈던 점들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자체적으로 독후감을 공모해 시상했다. 또 만남의 방을 북 카페로 만들어 신심서적, 일반서적, 전례서적을 비치해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도록 했다. 대구 성김대건본당은 독후감을 공모해 다음 달 책을 선물로 제공하였고, 광주 월곡동본당은 분기에 한 번 ‘독후감 나눔 모임’을 가졌으며, 상하반기로 나눠 독후감 시상식도 가졌다.
3년 동안의 독서운동을 마무리하면서 <가톨릭신문>이 한 자체 평가에 따르면,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았다.
책 읽기에 대한 의무감을 부여하고 완독자 현황을 파악하고자 제작했던 독서카드는 수거와 합산에 무리가 따름에 따라 2005년 상반기 중에 중단됐다. 사목자와 신자들의 만남이 잦고 매 주일 미사가 봉헌되는 본당에서는 독서카드 작성과 확인이 가능했지만 전국 규모 독서운동에서는 시행이 어려웠다. 온라인을 통한 참가신청과 관리, 홈페이지를 통한 독서 인프라 구축도 대부분의 참가자가 인터넷 사용이 능숙치 못한 연령대여서 그리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도서를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계획 단계에 그쳤으며 선정의 폭도 교계출판사 도서에 한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책에서 맛본 진한 신앙의 여운을 삶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되지 못한 것도 참가자 수가 매년 줄어든 이유로 지적된다.
간단하지만 더 보탤 것 없이 잘 평가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밖에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가톨릭 독서운동이 2007년 뒤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톨릭신문>은 현재 신심서적 읽기 운동의 공식 홈페이지(www.catholictimes.org/book33)를 닫았다. 2005년부터 3년 동안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만든 100권의 추천 도서 목록은 그 자체로도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 다달이 추천한 기사는 검색할 수 있어도 종합 정리된 추천 도서 목록을 찾을 수 없었다(종합 도서 목록은 아래 표 참조. 전체로 보아 선정 당시 최근간 책들을 중심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여전히 의미 있는 목록이라고 생각해서 종합해 보았다.) 결국 3년 동안의 이벤트로 그친 셈이다.
월 |
추천 도서 |
2005년 1월 |
《대화 - 90대 80대 70대 60대 4인의 메시지》(김재순·법정·최인호·피천득, 샘터사, 2004년) 《나무를 심은 사람》(장 지오노, 두레아이들, 2002년) 《일상도를 사는 사람들》(송봉모, 바오로딸, 2001년) |
2월 |
《추기경, 김수환이야기》(김수환, 평화신문) 《신비를 만나는 사람들-수난과 부활의 현장에서》(손희송, 생활성서, 2000년)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전광, 생명의 말씀사, 2003년) |
3월 |
《미사, 제대로 드리기》(로마노 구아르디니, 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3년) 《신부님은 왜 큰 성체를 드시나요》(홍문택, 가톨릭출판사, 1998년) 《부활의 기쁨 100배 맛보기》(안셀름 그륀, 분도출판사, 2005년) |
4월 |
《우동 한그릇》(구리 료헤이, 청조사, 2003년) 《소박한 기적-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T.T. 문다켈, 위즈덤 하우스, 2005년) 《예수, 내 인생의 의미》(헨리 나웬, 분도출판사, 1990년) |
5월 |
《관계 속의 인간》(송봉모, 바오로딸, 1999년) 《하늘에서 내려온 빵》(최인호, 샘터, 2005년) 《님은 바람 속에서》(발렌타인 L. 수자, 열린, ) |
6월 |
《밭에 뭍힌 보물》(차동엽, 에우안겔리온, ), 《성바오로》(카를로 크레모나, 바오로딸, 1997년)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 샘터, 2005년) |
7월 |
《생명, 인간의 도구인가》(이동익, 바오로딸, 2004년) 《성체성사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사랑》(스테파노 M. 마넬리, 가톨릭출판사, 2000년) 《내 삶을 바꾼 칭찬 한 마디》(김홍신 외 31인, 21세기 북스, 2004년) |
8월 |
《아름다운 사람아》(노순자 대담·글, 열린, 2000년) 《내가 받은 선물》(The Random Acts of Kindness 엮음, 열린, 2003년) |
9월 |
《그분의 손길》(존 포웰, 성바오로, 2005년)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최양업, 바오로딸, 1995년) 《마음의 밤과 낮》(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생활성서사, 2004년) |
10월 |
《가톨릭 교회사》(알란 슈레크, 가톨릭출판사, 2000년) 《나가사키의 노래》(폴 글린, 바오로딸, 2005년) |
11월 |
《영원토록 당신 사랑 노래하리다》(스콧 한·킴벌리 한, 바오로딸, 2004년) 《위령성월》(최석우, 한국교회사연구소, 2005년) 《공관복음·사도행전》(정태현, 생활성서사, 1997년) |
12월 |
《50가지 성탄축제 이야기》(안셀름 그륀, 분도출판사, 2001년) 《내 영혼의 리필》(리처드 P. 존슨, 열린, 2003년) |
2006년 1월 |
《토마스 머턴의 씨앗》(로버트 인초스티, 생활성서사, 2005년) 《샘에서 생기를》(마더 데레사 수녀·로제 수사, 성바오로, 2000년) |
2월 |
《50가지 예수 모습》(안셀름 그륀, 분도출판사, 2004년) 《저는 주님을 보았습니다》(세르지오 바스티아넬, 생활성서사, 2005년)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이재현, 성바오로, 2005년) |
3월 |
《내 영혼을 울린 이야기》(존 포웰, 가톨릭출판사, 2004년) 《가슴으로 드리는 기도 II》(정규한, 성서와함께, 2004년) 《물고기 뱃속의 지혜》(루돌프 슈테르텐브링크, 분도출판사, 2004년) |
4월 |
《예수님 흉내 내기》(박용식, 가톨릭출판사, 2004년) 《해처럼 빛나고》(이경식, 바오로딸, 2005년) 《살아 있는 평화》(존 디어, 생활성서사, 2004년) |
5월 |
《성모님과 함께 하는 31일 기도》(안토니오 벨로, 바오로딸, 2005년) 《깨어나십시오》(앤소니 드 멜로, 분도출판사, 2005년)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까지》(양승국, 생활성서사, 2004년) |
6월 |
《그리스도의 탄생》(엔도 슈사쿠, 가톨릭출판사, 2003년)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엔조 비앙키, 분도출판사, 2001년) 《세상 한복판에서 그분과 함께》(송봉모, 바오로딸, 2006년) |
7월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푸른숲, 2005년) 《제3의 인생-수동의 영성》(이제민, 바오로딸, 2005년) 《상처입은 감정의 치유》(마르틴 파도바니, 분도출판사, 2005년) |
8월 |
《요한 23세》(크리스티안 펠트만, 분도출판사, 2004년) 《달맞이 꽃 울엄마》(공선옥, 바오로딸, 2006년)《지도 밖으로 행군하라》(한비야, 푸른숲, 2005년) |
9월 |
《강 건너 저편-소설 정하상》(신중신, 바오로딸, 2005년) 《참된 벗을 찾아서》(제임스 마틴, 가톨릭출판사, 2004년) |
10월 |
《프란치스꼬 저는》(까를로 깔레또, 분도출판사, 2004년) 《외로움의 폭넓은 지류를 건너다》(김상용, 성서와 함께, 2006년) 《이 빈들에 당신의 영광이》(김대건, 바오로딸, 1997년) |
11월 |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스즈키 히데코, 생활성서, 1998년) 《성경은 읽는 이와 함께 자란다》(이연학, 성서와 함께, 2006년) 《하느님, 참 묘하셔라》(고하풍, 분도출판사, 2006년) |
12월 |
《생손앓이》(김혜윤, 생활성서사, 2006년) 《모든 것이 당신 것입니다》(류해욱, 바오로딸, 2006년) |
2007년 1월 |
《예수와 만난 사람들》(이현주, 생활성서사, 2007년) 《내 안에 그리스도가》(이제민, 바오로딸, 2004년) |
2월 |
《현존하시는 하느님》(라디슬라우스 보로스, 바오로딸, 2006년) 《상처주는 부모 치유하는 부모》(스즈키 히데코, 생활성서사, 2000년) |
3월 |
《높은데서 사슴처럼》(H.허나드, 성바오로, 1983년) 《봉사의 스캔들》(장 바니에, 바오로딸,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교황 베네딕토 16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7년) |
4월 |
《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박완서·이해인·방혜자·이인호, 샘터, 2007년) 《이 사람을 보라》(라디슬라우스 보로스, 바오로딸, 2007년) 《질그릇》(레오 트레스, 가톨릭출판사, 2007년) |
5월 |
《그 왕의 이름은 사랑이었네》(슬로모 칼로, 성바오로, 2004년) 《마리아, 살아있는 복음》(라 카사 데 라 비블리아, 생활성서사, 2006년) 《동서의 피안》(우징숑, 가톨릭출판사, 2003년) |
6월 |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짐 스토벌, 예지, 2001년) 《삶의 지혜를 나누는 40가지 멘토링》(로버트 J. 윅스, 바오로딸, 2007년) 《고난을 이기는 위안의 대화》(성 토마스 모어, 가톨릭출판사, 2007년) |
7월 |
《사람, 참 묘하여라》(고하풍, 분도출판사, 2007년) 《무지개 원리》(차동엽, 동이, 2006년) 《나는 나다》(이성우, 성서와 함께, 2004년) |
8월 |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안드레아 가스파리노, 바오로딸, 2003년)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존 포웰, 가톨릭출판사, 2007년) 《참 소중한 나》(안셀름 그륀, 성바오로, 2002년) |
9월 |
《동경》(안셀름 그륀, 분도출판사, 2007년) 《알고 긋는 십자성호》(버트 게찌, 가톨릭출판사, 2007년) 《토모짱》(스즈키 히데코, 생활성서, 2007년) |
10월 |
《뒤늦게 만나 사랑하다》(공선옥 외 7인, 생활성서, 2007년) 《하느님의 현존 연습》(콩라 드 메스테르, 가톨릭출판사, 2005년)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안셀름 그륀, 분도출판사, 1999년) |
11월 |
《새벽을 흔들어 깨우리라》(마리아 R. 스카퍼란다·M. 스카퍼란다, 바오로딸, 2006년) 《제대와 감실의 싸움》(김인영, 분도출판사, 1996년) 《하느님을 읽는다 나를 읽는다》(최안나, 성서와 함께, 2004년) |
12월 |
《오상의 비오 신부》(존 A. 슈그, 가톨릭출판사, 2007년) 《행복한 기도》(안셀름 그륀, 생활성서, 2007년) 《하나의 꿈》(이정우, 가톨릭신문사, 2005년) |
이 같은 사정은 신심서적 33권 읽기 캠페인에 불을 지핀 잠실7동본당도 마찬가지이다. 운동을 주도했던 이기양 신부가 2007년 2월에 이임한 뒤 신심서적 읽기는 침체되어 신심서적 100권 읽기 뒤에도 매달 1권을 추천한 “이 달의 추천 도서”도 2008년 12월부터는 더 이상 추천되지 않고 있다. 반면 이기양 신부가 부임한 오금동본당은 2008년부터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임 사제에 따라 본당사목의 주안점이 달라지는 한국 천주교회의 문제가 독서사목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4. 본당 도서관 연합회를 제안한다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독서운동 관련 모임들이 본당 밖에 존재할 필요가 있다. 여러 모임이 가능하겠지만, 최근 본당 도서관이 생기고 있는 추세를 고려한다면 교구별로 본당 도서관 연합회 성격의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공동 행사 등을 통해 도서관 활동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노인대학이 본당마다 생겨나면서 노인대학연합회가 생겨난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본당 도서관 연합회가 생긴다면, 신심서적 33권 읽기 때처럼 계속 읽을 만한 책을 골라 추천하면 좋겠다. 그 범위도 굳이 신심서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일반도서 가운데서도 좋은 책을 골라 추천하면 더욱 좋겠다.
본당 도서관을 운영할 때 특별히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을 적극 추진했으면 한다. 현재 본당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본당에서도 가장 많이 대출되는 책은 대부분 어린이 책이고,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신자 층도 어린이들이다. 주일학교 중심의 청소년사목이 현재 특별한 대안 없이 표류하고 있는 실정을 생각한다면, 본당 도서관을 통한 다양한 독서 활동은 훌륭한 청소년사목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같은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은 굳이 본당 어린이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다. 가능하면 비신자 어린이 청소년 성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위치와 공간을 마련해서 운영한다면 간접 선교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회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은 도서관 운동에서 배울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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