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부활 소풍
우이령 고개를 넘었다. 무척 오랜만에 공동체 수녀님들과 함께 나갔다.
아무도 서두르지 않고, 그냥 가는데까지 가다가
조금 일찍 배가 고픈 사람에게 맞춰 11시반쯤 점심을 먹고
기분좋게 내려오다가... 약간의 실종 사고도 있었지만,
다 어른이니까... 그런대로 괜찮았다.
산에서 내려와서 호수녀님 오라버니를 위한 연도를 바치고 왔다.
어제 위중하시다는 소식에 함께 가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왔는데,
그렇게 하고 온 것이 너무 다행스러웠다.
그분은 엊그제 밤새 못 주무시고 힘들게 숨 쉬다가
우리 기도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잠이 들으신걸 보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하마터면 일 없이 그 초대를 거절할 뻔 했다.
임종을 앞두고 계시다는 말을 듣고, 얼른 마음을 고쳐먹고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돌아가신 것이다.
부활... 뭐라 말로 설명하자면 궤변이 되겠지만,
이렇게 도처에 널린 죽음과 함께 짝을 이룬 새생명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 오라버니는 정말 용감하게 죽음을 맞이하셨다.
나도 참 배우고 싶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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