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영화관

스틸 앨리스 - 빛고을 주보

기린그린 2016. 6. 30. 10:28


빛고을 주보 영화 스틸 앨리스’(2014)

 


영화 스틸 앨리스는 세계적 권위의 언어학자이면서도 가족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던 50세 여성이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림으로써 겪는 변화를 심도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흔히 치매라고 불리는 이 병은 서서히 기억이 사라지는 뇌질환으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리고 이제껏 세상과 맺어온 관계도 끊어지게 만듭니다. 주인공 앨리스의 대사처럼 차라리 암이면 좋겠다고 할만큼, 자신의 역사와 의미가 지워진채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리사 제노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였습니다. 작가가 알츠하이머병의 전문가인 덕분에 주인공이 어떻게 기억을 잃어가고, 그로 인한 삶이 어떻게 변하며, 어떤 문제를 겪고, 가족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주 섬세하면서도 현실적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나왔던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체로 환자를 대상화시켜서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고통과 비극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영화는 환자 본인의 입장과 느낌을 관객도 충분히 공감하고 상황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끕니다. 절제된 감정과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이 마음을 더 깊이 파고드는 작품이지요.

자꾸만 도망쳐버리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던 앨리스가 점차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깨어있는 한 순간 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큰 여운을 남깁니다. 아마도 루게릭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채 영화를 촬영한 리처드 글렛저 감독의 열정과 숭고한 정신이 깃들여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를 잃어버리거나 육체가 마비되더라도 우리 존재는 여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니 너무 두려워말라는 다독임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수작입니다.

 

 

김경희 노엘라 수녀(평생교육원 바오로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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