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영화관

부활 - 빛고을주보

기린그린 2016. 6. 30. 10:34




빛고을 주보 - 신앙과 문화: 영화 부활’(Risen. 2016)

 

영화 부활은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한 이방인의 관점으로 조명한 작품입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영화들이 대개 무덤에서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서 성령강림 전까지의 시간을 보여줍니다. 이 신비한 사건을 뒤쫓으며 목격한 것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이는 로마의 호민관 클라비우스입니다. 그는 수많은 전쟁터를 누벼온 군인으로서 자신과 전쟁의 신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요.

임무상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의 시신이 없어진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점차적으로 부활의 진실에 다가섭니다. 그 과정에서 유다인들의 음모와 거짓말, 무덤을 지키던 경비병들의 증언,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 알 수 없는 기쁨에 휩싸인 사람들과 제자들을 만납니다. 상식과 이성의 눈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을 접하면서 혼란에 빠진 그는 이제껏 자기가 추구해온 삶의 허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빌라도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듯이 그가 품고 있던 욕망은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소망을 대변합니다. 전쟁 없는 평화, 죽음 없는 생명, 보다 나은 생활여건, 한 계급 더 높이 올라가는 일 같은 것이죠.

시종일관 차분하고 냉철한 관찰자의 눈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의 긴장감은 클라비우스가 예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에서 고조됩니다. 골치 아픈 임무로 시작한 일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호기심은 기대로, 그 기대는 하나의 열망이 되어 그를 예수에게 인도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다가 회개한 바오로처럼, 전투복을 벗고 예수의 제자들 주변을 맴돌다가 드디어 단 둘이 만났을 때, 예수는 그에게 무엇을 찾느냐?”고 묻습니다. 이 말은 예수님이 당신의 첫 제자들에게 던지신 질문이기도 합니다.(요한 2,38 참조) 제자들은 그날 예수님과 함께 묵으면서 그분이 바로 그들이 찾던 메시아임을 알아보고 동료들에게 알렸지요. 별이 쏟아지는 밤,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는 예수를 찾아간 클라비우스도 그와 같은 여정에 들어섭니다. 그가 예수와 대화할 때의 표정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기쁜 미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충만함, 그분께서 이미 그를 다 알고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끼는 행복감에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애써 감추는 장면에서 제 가슴까지 쿵쾅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순례자의 한 사람입니다. 속된 욕망과 허무한 죽음이 판치는 세상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참된 평화와 진리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을 보면서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클라비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끌었던 제자들처럼 우리도 세상 사람들에게 그런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지 솔직한 심정으로 돌아보게 됩니다. 그들처럼 우리도 두려움 없이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담대하게 증언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말입니다.

 

 

김경희 노엘라 수녀(성 바오로 딸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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