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석양 (3/9) 종이위에 그린 마지막 그림. 아주아주 오래전 꿈에서 보고 엄청 위안받았던 석양풍경이다. 나무들은 꼭 동해안 소나무들 같지만, 선생님이 그린 원작은 이렇지 않았다. 내가 계속 그림을 통해 깨지는 고정관념이 일정한 패턴으로 정형화시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불규칙을 허용해야한다면서도 손은 그 불규칙을 허용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인 사고틀이 그렇게 반영되고 있겠지. 현실을 대하는 내 고정관념은 훨씬 강하다. 그림그림 2021.04.20
8. 하와이 가고 싶다 (3/6) 거칠지만 무지개빛이 살아있는... 현실불가일거 같은 색이다. 죠세핀 사무실에 한동안 걸려있었다. 매번 현실적인 색을 따지느라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정작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의 현실을 본적이 없으면서 이치를 따지고 묻는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런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그림수업이다. 그림그림 2021.04.20
5. 코스모스 장군들 (3/3) 꽃나무들 허리를 너무 휘어놓지말자. 번번히, 습관적으로 기울여놔서 중심을 잃고 구도를 망쳐놓아 수습불가. 코스모스가 코스모스답도록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아직 붓을 잘 못 고른다. 그림그림 2021.03.02
#3. 걷고 싶은 길 유툽 WOW Art 그림을 따라 그렸다. 역시 자연을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는게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어제 새로 산 붓들을 실험했는데, 투자한 것에 비해 내가 원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아 적잖이 실망했다. 들판의 꽃들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이 붓 저 붓 바꿔가며 시도했으나 신통치 않은 느낌이었다. 길도 자꾸 진흙길이 되어가고... 그래도 감안해서 봐줘야할 현실이 있다. 나는 종이에, 아직 효과를 다 파악하지 못한 도구들로 전문가들의 그림을 따라하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즐거우면 된다는 것. 물기를 머금고 울고 있던 그림을 밤새 평평하게 달랜 후에 아침에 열어보니 햇볕 아래 봐서 그런지 그림이 한결 화사하게 살아난 느낌이다. 지금 내 방 벽에 세 그림이 걸려 있다. 거리를 두고 바.. 그림그림 2021.02.28
#2. 바다 두번째 그림. 바다가 보고 싶었고, 파도와 구름 그리기를 연습했다. 두 사람 그림을 따라하다 보니 바다위의 파다와 해변을 보는 시점 방향이 어긋나서 그림이 어색하다. 발자국을 그리다가 모래로 덮어버리고 다른 흔적을 남겼더니 그게 더 발자국처럼 보이는 우연을 통해 또 하나 학습한다.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내 안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의심과 불안의 목소리를 다독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듯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도 실수 앞에 소심해지는 나를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더 완벽하게 보이려는 강박과 실패처럼 느껴지는 순간의 수치심을 상대하는게 가장 의미있는 수행일 것이다. 그런 가운데 평소 내가 세상과 사람들을 상대하는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저런 심리적인 편린속에 나를 다독이고 불완전함의 미덕과.. 그림그림 2021.02.28
#1. 초원의 밤 드디어 그림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도화지를 앞에 두고 열등감에 시달렸던 마음을 내려놓고 무수한 실수를 보면서도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면서 있는 그대로,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리기까지 정말 오랜 세월이 걸렸다. 초원의 밤... 아프리카 초원의 밤을 본 적이 없다. 내 방에서 보이는 분홍꽃나무가 그림속에 들어오기를 바라면서 LittleArt 샘을 따라 그렸다. 솜방망이로 두드려 꽃을 채웠으나 이불솜처럼 꽉찬 모양에 숨이 막혔다. 밑에서 올라오는 큰 나뭇가지를 보이게 하고 중간중간 가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공간감을 주는 요령인 것을 배웠다. 초원의 풀을 칠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아직은 붓 탓을 하고 있다. 팬붓을 사려고 했는데 팔지 않았다. 나무 아래 깔끔한 얼룩말을 그리고 싶었으나 실력을 더 쌓은 후로.. 그림그림 202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