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E D I A/책방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기린그린 2025. 1. 19. 21:43


이모에게

이모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성인이 된 이후로 느꼈던 내 마음 을 선선히 인정했다. 내가 거듭해서 이모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결국 비슷한 주름을 얼굴에 새기면서 싫어하는 것들의 목록만 늘 려가는 인간이 될까봐, 자기 상처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상처 는 무시하고 별것도 아니라고 얕잡아 보는 편협하고 어두운 인간이 될까봐 겁이 났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 어가고 있었다. 이마에 떨어진 차가운 눈송이가 곧 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