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 - Picasso -

9월 첫날을 이렇게 일상의 먼지를 씻는 것으로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 '화가가 뭐라고 하나... ' 잘 들어보려고 혼자 나선 전시회, 그림에 남겨진 붓의 흔적을 보며 화가를 상상하는 일은 언제나 나에게 큰 즐거움이다. 피카소... 그냥 상상만 해도 무궁무진하게만 느껴졌던 그의 세계를 조금 보고 온 오늘의 소감은 '정말 굉장하다!' 는 것이다. 그의 상상력과 자유로움, 삶에 대한 환희와 애착, 천진난만함과 치열한 고뇌...
그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을 그린다'고 했다. '본다는 것은 곧 생각한다는 것'임을 기억할 때 그의 작품에는 여러모로 '새로운 관점'의 세계에 끊임없이 나를 이끈다. 내가 입체주의를 '그렇구나~!!'하고 알아들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그냥 이론적으로만 알아듣고 있다가 세잔느의 그림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깨달은 게 한 3년 되었을까? 변화무쌍한 관점의 도발, 다 잡아넣을 수 없는 면들의 침묵... 피카소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역시 그와 함께 '보는 놀이'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전시회를 다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서 본 것이다. 오늘 본 것중에 가장 가슴에 깊이 남았다. 그의 입체주의적인 관점이 이렇게 외면과 내면을 아우른다는 것이 나에게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이 여인이 두 군데에 동시에 던지고 있는 시선을 보노라니 꼭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늘 또 놀란 것은 엄청나게 다양한 표현방법... 인간이 할 수 있는 기교를 다 보여주었을 것 같은 피카소, 예술의 위대함은 '삶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은키는데 있다고 ... 오늘 나는 그렇게 정리했다.
수없이 날아오는 미술전시회 메일을 그냥 보고 버려버리는 이유는 '삶'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는데... 피카소가 싸인펜으로 마구 그린 것 같은 선 하나하나에도 폭발할 것 같은 열정과 유머가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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