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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근대회화전

기린그린 2010. 7. 4. 22:19

정말 오랜만에 혼자 그림구경을 나섰다.

마침 [서양미술사]를 읽고 나서 그림이 좀 고팠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터너와 컨스터블의 풍경화는 다른 전시회에서 보기 했지만

찔끔찔끔  본 것이라 갈증만 더 남아있기도 했고,

그들의 쿨~하면서도 다소 관념적으로 보이는 풍경을 마음에 담아두었기에

내심 들뜬 마음으로 그림 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본 신문에서 터너 그림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야 하는 것을 알았기에

별 욕심없이 갔는데, 예상 외로 정말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존 에버렛 밀레이_버넘 협곡

 

 

그림에서 느껴지는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순수한 시선이

내 마음까지도 차분하고 경건하게...

사계절의 자연으로 데려다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고

변화무쌍한 풍경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어떤 의지 같은 것을 느낀 것이 좋았다.

영국화가들이 공통적으로 강렬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하늘은

그곳의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 구름과 물결,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숲

숲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노을....

그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실감이라고 할까?

 

 

조제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_바람 부는 날

 

 이 그림은 터너의 20대 시절, 초창기 그림이다.

내가 보고 싶었던 그림들보다 한참 전에 그려진 것이다.

하늘과 물결의 터치에서 이미 미래가 예고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그림 중간에 세워진 원형탑이 많이 모자라 보였다.

역시... 터너 팬들을 낚으려는 시도로 밖에는 ...

그래도 다른 화가들의 좋은 그림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용서했다.

 

조지 프레데릭 왓츠_네스 호 

 

 

 패트릭 네이스미스_에든버러 근처의 크래몬드

 

 

앤소니 반다이크 코플리 필딩_거친 날씨, 돌풍이 부는 날

 

 

존 윌리엄 노스_폐허가 된 헛간

 

 

에드워드 에킨슨 호넬_봄맞이

 

이 그림은 정말 인상파에 가깝다. 원화의 느낌도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거칠게 끊긴 터치가 사물과 사람을 파편화시키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앞에 나와있는 소녀의 붉은 볼과 미소는

이 그림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았다.

볼수록 신기한 느낌...

 

토마스 프레데릭 메이슨 쉬어드_추수 중의 휴식

 

이 그림은 아주 크다.

아저씨들과 같이 햇볕을 쬐는 기분으로 이 앞에 한참 서 있었는데...

정작 주인공들의 지친 몸은 이 눈부신 햇살의 아름다움은 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노동의 고단함'을 기억하게 되었다.  

 

엘리자베스 아델라 포브스_장, 잔 그리고 자넷

 

 이 그림의 주인공들도 한참동안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수레에 앉아있는 잔(?)과 그의 남동생 쯤으로 보이는 소년 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심하게 풀꽃을 뜯고 있는 염소조차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소설책 한 권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다.

아마도 유일하게 걸려있는 여성화가의 그림이기도 하다.

 

조제프 파커슨 _해질 무렵 어느 겨울날 

 

이 노을... 잊을 수 없다.

저 빛을 향해, 저 오두막을 향해 가고 싶은데,

양떼가 오고 있으니 한쪽 옆에 서 있다가 지나가야겠다.

 

 

 조지 클라우슨_봄날의 아침, 하버스톡 힐

 

 

 이 전시회의 대표그림이다.

내가 신기하게 본 그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선은 카메라 셔터를 대충 눌러서 잡힌 것처럼

약간 불안정한 프레임이 내 관심을 끌었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와 눈을 맞추다보니 또 한참 서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저 뒤에 꽃을 파는 아주머니가 나와 똑같이

손으로 턱을 괸 채 나를 보고있는게 보였고

길바닥을 공사하던 아저씨 한 분도 옆구리에 손을 댄채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선명하게 묘사된 여인은 꽃을 사서 손에 쥐었지만

그 꽃이 마음까지 밝혀주지는 못한 것 같다. 

벤치에 앉아있는 여인처럼... 왜 그녀들의 얼굴은 무거울까???

 

 

이번 전시에서 본 자연풍경도 좋았지만,

오늘 유난히 내 눈에 띈 것은 그림 속의 사람들이다.

영국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그림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떤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상황을 놓고 이야기를 꾸밀 수 있을만큼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에는 어떤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어쨌든... 그림 속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게 정말 즐거웠다.

모처럼... 행복하게 그림 속을 여행했다.

 

 

  영국 풍경화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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