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리스 풍경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남매는 여행을 하면서 점차 성장해간다.
오늘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성탄의 은총으로 즐겁게 놀 수 있는 오늘,
오늘 날씨보다 더 춥고 불행한 풍경 속을 거닐었다.
왠지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미루고 안 보았는데
'영원과 하루'에서 만났던 테오 앙겔로플로스 감독에 대한 경의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그리스 땅을 밟기로 했다.
흥미롭고 아름다운 역사가 숨쉬는 공간이 아니다.
군화에 짓밟히고 포크레인이 휩쓸고 있는 땅,
상처난 속살이 드러난 것처럼 곳곳이 파헤쳐진채 버려진 땅,
어린 남매가 바라보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은 절망으로 가득차 있다.
공연할 극장을 찾지 못해 바닷가를 배회하는 유랑극단,
결혼식 날 울며 도망가는 신부와 회색빛의 도시는 절망적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황량한 정류장과 텅 빈 광장의 비정함에선 현실적 고통이 전해져 온다.
특히 11살 소녀 불라를 강간하는 트럭 운전수 장면은 그 고통과 슬픔이 극대화된 씬이다.
독일에 살고 있다는 아빠를 찾아 무작정 북으로 떠나는 불라와 알렉산더,
그들의 여정은 너무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참혹하다.
그들에게 햇살은 언제 비치는가?
존재하지도 않는 아빠에 대한 희망과 사랑은 신앙과도 같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불라는 첫사랑을 느낀 오레스테스가 동성애자임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나고,
알렉산더는 식당에서 청소를 해주는 대신 끼니를 때우며 세상을 알아간다.
영화는 남매가 쪽배를 타고 몰래 국경을 넘어
안개 자욱한 풍경 속에 나무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남매의 미래가 희망적인지 절망적인지 말하는 대신
"태초에 어둠이 있었지만 그 후에 빛이 만들어졌지"라는
알렉산더의 대사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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